‘핼러윈 데이’를 맞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이른 저녁부터 축제를 즐기기 위해 나온 젊은 층으로 붐볐다.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분장을 한 이들이 이태원 내 라운지바와 술집이 모여 있는 거리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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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은 지난 5월 발생한 ‘이태원발(發)’ 집단감염이 또 다시 재현될까 하는 우려에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태원 상인들로 구성된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이날 오후부터 거리 양 끝에 체온을 측정하고 몸을 소독할 수 있는 ‘방역 게이트’를 마련해 방문객들에게 방역 조치를 하고 갈 것을 안내하고 있었다.
연합회 관계자는 “원래 분장을 해주는 사람들이 거리에 쫙 깔려서 사람이 매우 붐비는데 올해는 그런 것도 없고, 사람들이 클럽이 닫는다고 해서 지방으로 간 거 같다”며 “이태원치고는 작년에 비해 사람이 매우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상인은 “될 수 있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해 이태원에서 확산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방역을 하고 가달라고 외쳤다.
술집과 라운지바도 상당수가 만석이 됐으며, 일부 라운지바는 입장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웨이팅을 하기도 했다. 술집 내부에서 QR코드 체크와 발열체크를 하는 등 방역수칙은 지켜졌지만, 테이블마다 1m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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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태원을 찾은 이들은 ‘단순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온 것’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외면했다.
귀신 분장을 한 20대 A씨는 “그냥 즐기러 왔다”며 “핼러윈 하면 이태원이 떠올라 이태원을 왔는데 다른 곳에도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웃었다. 자녀 둘과 이태원에 왔다는 40대 정모씨는 “핼러윈을 기념하려고 잠시 들렀다”며 “아이들과 사진을 찍은 뒤 바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풍경에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이태원 인근을 지나던 박모(29)씨는 “사람이 몰린 걸 보고 코로나19가 끝난 줄 알았다”고 웃으며 “아무리 코로나 시국이 길어져도 상식적으로 이런 날 축제를 즐기는 건 아니지 않나. 확산이 안 될 수가 없을 거 같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태원 인근에서 악세사리를 파는 한 상인도 “그동안 이태원 거리에 사람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거 같다”면서도 “사람들이 너무 붐벼서 또다시 집단감염으로 고통을 겪을까 봐 마냥 기쁘지 않고 걱정도 된다”고 했다.
한편 방역 당국은 핼러윈 모임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이 일어날까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밤 10시부터 이태원을 비롯한 서울 주요 번화가 7곳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