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전보조치 뒤 "회사가 한 일" 우긴 대표…法 "대표도 책임"

회사 대표 비위행위 검찰에 고발한 뒤, 전보조치
대표 "전보조치 주체는 법인, 대표 개인 아냐"
法 "법인 대표, 실질 의사결정권자로 주체 맞아"
  • 등록 2021-01-01 오전 10:39:00

    수정 2021-01-01 오전 10:39:0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내부고발자를 부당하게 전보시키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처분을 받은 한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해당 조치는 자신이 아닌 법인 내린 것”이라며 권익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령 법인이 부당한 조치를 내렸더라도 의사결정권자인 대표이사 역시 ‘불이익조치를 한 자’로 처분 대상이 된다는 판단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사진=이데일리DB)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모 건축사사무소 전 대표이사 A씨가 권익위를 상대로 낸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한 건축사사무소 이사 B씨 등은 2018년 1월 30일 당시 대표이사였던 A씨가 공무원 등에게 상품권을 주거나 골프 접대를 하는 등 뇌물을 준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 사실을 전해 들은 A씨는 B씨 등을 현장으로 전보조치하고, 이중 다른 한명인 C씨에겐 업무조차 부여하지 않았다.

이에 B씨 등은 2019년 4월 23일 A씨를 피신청인으로 해 권익위에 이 사건 각 전보조치 및 업무 미부여 등이 A씨를 고발해 발생한 불이익조치라는 이유로 보호조치 신청을 했다. 권익위는 그해 11월 18일 이 사건 고발은 청탁금지법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이 사건 각 전보조치 및 업무 미부여 등이 이 사건 고발 때문인 불이익조치에 해당하므로 A씨에 대해 각 전보조치의 취소 등을 결정하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권익위 결정에 즉각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전보조치 및 업무 미부여의 주체는 회사임에도 권익위는 대표이사 개인에게 보호조치 결정을 했으므로, 이 사건 결정은 피처분자를 잘못 정한 위법이 있다”면서 “본인은 인사조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설령 관여했더라도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이 사건 고발이 없었더라도 같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상 보호조치결정의 대상은 ‘불이익조치를 한 자’이다”며 “‘불이익조치를 한 자’가 반드시 법인에 국한된다고 볼 수는 없고, 법인의 대표자 등 실질적으로 해당 불이익조치를 결정한 의사결정권자 역시 ‘불이익조치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 사건 회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경영을 총괄했고, 전결규정상 인사발령 등 결정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이 사건 각 전보조치 및 업무 미부여 등은 모두 A씨의 사장 취임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A씨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 등은 이 사건 고발로 A씨와 대립갈등 관계에 놓이기 전에는 본사 내근업무만 적게는 13년에서 많게는 19년 동안 담당했을 뿐, 현장에서 서무업무를 담당한 적이 없다”며 “이 사건 각 전보조치 및 업무 미부여는 참가인들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로 봄이 상당하므로 불이익조치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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