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라이벌 삼성·LG, 이번엔 '구독 전쟁'

삼성전자, 연내 가전 구독 진출 가시화
LG전자가 장악한 구독…사업 확대 속도
"사업모델 대전환…고객유지 방안 필요"
  • 등록 2024-10-13 오후 1:34:20

    수정 2024-10-13 오후 7:07:53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가전 라이벌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이번엔 구독 사업에서 맞붙는다. LG전자가 보폭을 키우는 가전 구독 시장에 삼성전자가 조만간 뛰어든다. 두 회사 모두 새로운 가전 수익 모델이 절실한 만큼 ‘구독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가전 구독 사업을 시작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 혹은 내달 초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데일리 DB)
삼성전자는 직영 브랜드 매장인 삼성스토어 중 일부 매장에서 구독 서비스를 먼저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와 연계해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독 대상 제품은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세탁기와 냉장고 TV, 로봇청소기 등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가전 구독 사업의 출시 계획이나 준비 과정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8월 구독 비즈니스 한국 총괄 경력직 모집에 나섰고, 지난달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가전 전시회 ‘IFA 2024’ 참석차 방문한 독일에서 구독 사업 진출 계획을 두고 “확정된 건 없다”면서도 “굉장히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업 진출을 준비하는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삼성전자가 게재한 구독 비즈니스 경력직 채용 공고. (사진=삼성전자)
가전 구독은 매월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가전제품을 이용하는 사업 모델이다. 가전제품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필터 교체, 정기 청소 등 관련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LG전자는 구독 사업에 이미 활발히 나서고 있다. LGE닷컴과 베스트샵 등 위주였던 구독 판매 채널을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등으로 넓혔다. 최근에는 가전 양판점 중 처음으로 전자랜드가 LG전자 가전 구독 사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자랜드는 그간 LG전자 정수기 제품에 한해 구독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앞으로 대형 생활가전까지 확산하기로 했다.

LG전자는 가전 구독 사업에서 지난해 이미 1조1341억원의 매출도 올렸다. 구독 사업에 관련 서비스까지 더한 금액이다. LG전자의 국내 가전 매출 중 구독 비중은 지난해 15%에서 올해 20%를 넘어섰다. 업계에선 올해 LG전자 구독 사업 매출이 1조8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롯데백화점 LG 가전 매장에서 고객이 구독 서비스 상담을 받는 모습. (사진=롯데백화점)
이들이 가전 구독에 적극 뛰어드는 건 중장기적으로 매출을 안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가전 소비는 한 번 팔면 끝나는 일회성이기 때문에 경기 상황이나 성수기·비수기에 따라 매출이 들쭉날쭉한 경향이 있다. 더구나 가전제품은 한 번 구매하면 교체주기가 보통 10년 이상이어서 새로운 수요를 찾기도 쉽지 않다.

반면 구독 사업은 최소 3년 이상 꾸준히 구독료를 받고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 제공으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수익을 안정화하고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구독 시장의 미래 역시 밝은 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가전 구독 시장은 지난 2020년 40조원에서 내년 10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 모델 육성이 시급하다. 소비 심리 부진으로 삼성전자 가전 사업은 회복에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TV 담당 VD사업부와 생활가전 담당 DA사업부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4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다만 구독 사업이 기업의 수익 구조 전반을 변화하는 만큼 시장 안착까지는 위험도 따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회성 가전 소비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구독 시장으로 유인하는 동시에 구독 서비스에 오랜 기간 머무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구독 서비스 모델로 전환하는 건 리스크 역시 분명하다”며 “고객이 장기간 구독을 해지하지 않고 유지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고, 제품과 서비스 모두에서 고객 만족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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