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이 정부 연구개발(R&D) 감축으로 올해 신규 R&D 과제를 단 한 건도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단 내 중소기업의 R&D 역량과 대학·연구소 간 협업 체계 구축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 (그래픽=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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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단공 제출 자료 분석 결과 산단공은 올해 단 한 건의 신규 R&D 과제도 진행하지 않은 채 기존 69개 과제만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214건, 2023년 82건의 신규 과제를 포함해 280건 이상의 과제를 수행했는데, 올 들어 이 흐름이 뚝 끊긴 것이다.
신규 과제를 진행할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정부는 지난해 나눠먹기·갈라먹기식 R&D 예산을 개편하겠다며 2023년 5조6000억원이던 산업·에너지 R&D 예산을 5조1000억원으로 감축했다. 그 여파로 산단공 소관 예산도 2022년 716억원, 2023년 670억원에서 올해 17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예산이 4분의 1가량 줄어들며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만 간신히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산단 소재 중소기업의 R&D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나눠먹기식 R&D 사업을 효율화한다는 취지로 예산을 삭감했으나, 산단공은 앞선 5년(2019~2023년) 총 33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소관 R&D 사업을 통해 1조7729억원의 사업화 매출의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하고 있다. 705건의 특허출원과 409건의 특허등록 성과도 뒤따랐다. 이에 힘입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연구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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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희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나눠먹기·갈라먹기식 R&D 예산 개편 발언의 결과”라며 “성과를 인정받은 높은 역량의 R&D 사업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예산을 삭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내년에도 예전 같은 산단 R&D 사업 추진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뒤따를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산업·에너지 R&D 예산을 5조7000억원으로 다시 늘리는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으나,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디스플레이 등 첨단전략산업과 원전 등에 집중 편성돼 있다. 산업단지환경조성 예산 역시 올해 3972억원에서 내년 3314억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다만 지난달 ‘문화를 담은 산단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협업해 2027년까지 10개 노후 산단에 젊은이가 찾을 수 있는 ‘핫 플레이스’를 조성하고 브랜딩화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체육관, 카페, 편의점 등 입지 규제 해소를 통해 민간 투자 유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