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L·PIM 생태계 필수…인력 양성도 놓치지 말아야"

[미래기술25]③
유회준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인터뷰
"日, 정부가 직접 해외서 생태계 조성 노력"
"AI반도체 스타트업 '각자도생'…지원 미흡"
인력난 가장 시급…"대만 인적 네크워크 배워야"
  • 등록 2024-10-29 오전 6:00:02

    수정 2024-10-29 오전 6:00:02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일본을 보고 부러웠던 게 정부가 외국에 나가서 직접 반도체 생태계를 위한 장을 만들고 틀을 잡아요. 우리나라는 좀 미흡한 편이죠.”

유회준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제7대 반도체공학회장)는 차세대 메모리 시대를 내다보며 단순 현금성 지원을 벗어나 생태계 조성 등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유 교수는 “기업이 할 수 있는 것과 정부 관료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르다”며 “너무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기업에만 맡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유회준 7대 반도체공학회장 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사진=김태형 기자)
유 교수는 카이스트 PIM반도체설계연구센터장을 역임하며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등 AI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CXL(컴퓨터 익스프레스 링크), PIM, NPU(신경망처리장치) 등 다양한 차세대 기술이 주도권을 잡을 전망이지만 옆 나라 일본과 비교해 정부의 지원은 소극적인 셈이죠. 일본은 막대한 보조금과 같은 직접 투자와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 비즈니스와 생태계 조성을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유 교수는 “글로벌로 나가려면 인적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등 치밀하게 작전을 짜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본은 산업장관 등 높은 관료가 미국에 가면 톱다운으로 계약을 맺어서 오는 것처럼 정부가 틀을 잡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일본은 정부 관료들조차도 (해외) 네트워킹을 탄탄하게 많이 해놨다”고 짚었습니다.

특히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 입장에선 국가 지원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유 교수는 “(스타트업은) 사실 다 각자도생”이라며 “리벨리온이 올해 2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논문이 채택되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정부 지원을 받았단 얘기는 들은 게 없다”고 꼬집었죠. 리벨리온은 카카오, IBM 등 국내외 IT기업에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공급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현재 파네시아, 퓨리오사AI, 딥엑스, 모빌린트 등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은 CXL, NPU 분야에서 차세대 AI반도체 시장을 공략하며 차세대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NPU는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대체할 수 있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반도체로 꼽히고 있습니다.

유 교수는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과 더불어 가장 시급한 ‘인력난’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사실 제일 급한 건 ‘인력’”이라며 대만의 인력 양성 과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 교수는 “중국 내 반도체 핵심 인력은 모두 대만계이고 미국 실리콘밸리도 마찬가지”라며 “대만의 인적 네트워크가 아주 무서운데, 우리나라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죠.

유 교수에 따르면 대만은 정확히 몇 년 후, 어느 반도체 분야에 인력이 부족한지 예측해 초급, 중급, 고급으로 세분화해 엔지니어를 교육 시킨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빨리’ ‘많이’에 집중해 갑자기 마이스터고를 만드는 등 교육 시스템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죠.

그는 “15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반도체의 산업과 기술의 비전의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회에서도 반도체 분야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인턴 제도나 산학협력을 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취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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