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전 여자친구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전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의 항소심에서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징역 6월을 선고한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형이 감형된 것으로 풀이된다.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이데일리DB) |
|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재판장 유석동)는 주거침입 상해 혐의로 기소된 정모(31)씨에게 최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정씨는 피해자 A씨와 교제하다 2016년 5월경 헤어졌다. 정씨는 A씨에게 다시 만날 것을 요구했으나, A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A씨의 집에 침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같은 해 7월 정씨는 A씨가 혼자 있는 틈을 타 1층인 A씨 집 화장실 창문을 뜯은 후 화장실 창을 통해 집 안까지 들어갔고, A씨를 찾아 제압한 후 수차례 얼굴·복부 등을 가격해 전치 4주의 상해 입혔다.
1심은 “범행 당시 만 26세의 건장한 남성인 정씨가 만 17세에 불과한 A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A씨가 중한 상해를 입었다”며 “이 범행으로 인해 A씨는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정씨는 곧바로 도주해 약 4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도피생활을 했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위 같은 사정에 비춰 보면 정씨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6월을 선고했고, A씨는 즉각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정씨가 A씨 측에 20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사실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결과 등에 비춰 그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면서도 “정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점을 고려했다”고 판단, 집행유예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