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내놔" 딥페이크 성착취범 '무죄' 받더니 한 일

당시 처벌 규정 없어 법망 빠져 나가
"소송 하며 소요된 비용 배상해 달라"
동원한 변호사만 18명
  • 등록 2024-09-18 오전 9:46:05

    수정 2024-09-18 오전 11:37:14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딥페이크 처벌 규정이 없어 법망을 빠져나간 성 착취범이 법원에 형사보상금을 신청했다. 소송을 하며 소요된 변호사 비용, 교통비, 구금 일수에 다른 손해 배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우 심승훈 부장판사)는 지난달 12일 이모씨로부터 형사보상금을 달라는 내용의 신청을 받았다.

이씨는 2017년 4월부터 11월까지 성명불상자에게 같은 학과 친구와 동아리 선·후배 등 여성 지인들의 얼굴이 합성된 나체사진 제작을 17차례 의뢰해 수령한 혐의(음화제조교사)로 2019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의뢰 과정에서 피해자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이밖에 지하철과 강의실 등에서 6차례 여고생 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도 추가됐다.

이씨의 범행은 그가 범행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며 발각됐다. 그의 휴대전화를 습득한 사람이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이를 열었다가 범행 사진을 확인하면서 2017년 12월 피해자들은 이씨를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20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사실을 알려 사건이 공론화됐고 한양대는 이듬해 3월 이씨를 퇴학시켰다.

군에 입대한 이씨는 재판에 넘겨져 1·2심 모두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0년 4월 직권 결정으로 이 씨의 구속을 취소했고 지난해 12월 일부 혐의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기소 당시에는 신종 범죄인 딥페이크 성 착취를 처벌할 법이 없어 군검사는 음란한 물건을 제조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음화제조교사죄를 적용했는데, 컴퓨터 파일 등은 ‘물건’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씨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고법 형사8부(김재호 김경애 서전교 부장판사)는 지난 3월 명예훼손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이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법 촬영 혐의는 휴대전화 압수 과정에서 절차적 잘못이 있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이 판결은 이 씨와 검사 쪽 모두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결국 이씨는 각종 불이익과 신상정보 등록 의무 등이 따르는 성범죄는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직 일반 형법 혐의로만 처벌받았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18명의 변호사를 동원했다. 그는 무죄가 확정되자 법원에 형사보상금을 달라고 신청했다. 소송을 하며 소요된 변호사 비용, 교통비, 구금 일수에 다른 손해 배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다만 이씨가 받을 보상금은 수백만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으므로 구금에 따른 보상은 받기 어렵고, 국선변호사 수당을 기준으로 법원이 책정한 변호사 비용과 여비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피해자는 지난 6일 열린 집회에서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달해 더욱 교묘해지는데 법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 처벌하지 못하는 명백한 법적 공백”이라며 “대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와 더 큰 피해가 있어야 하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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