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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을 불법 점유한 상점에 대한 강제집행이 예정된 12일. 이른 새벽부터 구(舊)시장 상인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관계자 등 500여명이 시장 입구에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새벽 4시 반에 도착했다”며 “많은 재래시장이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쫓겨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강제 집행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협이 구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명도소송 승소에 따른 강제집행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양측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수협 측은 2016년 현대화시장 개장 이후 2년 넘게 ‘두 집 살림’을 해온 수산시장을 더는 방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 상인들은 “전통시장 강제집행은 유례없는 일이다”며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서울 중앙지법 집행관들은 신시장 이전을 거부하고 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불법 점유한 상인 95명(점포 92개)을 대상으로 이날 오전 강제집행을 벌일 예정이다. 강제집행 대상은 대법원 선고로 확정 판결을 받은 점포들로 법원이 강제집행 예고장을 배부한 곳이다.
수협은 “법원 판결에 따라 구시장 불법점유자에 대한 강제집행을 벌이는 한편 입주를 희망하는 상인은 신시장으로 입주할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철거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상인들은 “수십년 간 지켜온 터전을 이렇게 빼앗길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전 노량진 시장 입구에서 연대 발언에 나선 민주노련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선거 때는 동정 호소해놓고 당선되니 오지도 않는다”며 “용역 깡패 행정집행은 이제 서울에 더 없다고 해놓고 뭐하는 짓인가. 우리의 터전을 우리가 지키겠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총연합회 관계자도 “전통시장 강제집행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며 “한 치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수협이 행정집행 위해 나오겠다는 데 (우리는) 목숨 걸고 저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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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 관계자는 “남은 상인 270명 가운데 70명은 협상을 거부했다”며 “남아있는 상인 가운데 명도소송이 완결된 곳을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2004년부터 수산물 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국책사업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건립된 지 48년이 지나 노후화된 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철거하고 신시장을 개장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2016년 3월 신시장이 개장됐지만 일부 상인들은 목 좋은 상권을 잃는다며 상점 이전을 거부했다. 수협·서울시 등이 50여 차례 협상에 나섰지만 이들은 ‘구 수산시장 존치’를 요구하며 불법 점거를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