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생산 규모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가 바이오산업의 생산·수출입·고용·투자현황 등을 조사해 발표한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은 20조998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했다.
|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 백신 연구를 하는 모습.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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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생산 규모는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10조1457억원으로 10조원을 처음 돌파한 뒤 △2018년 10조667억원 △2019년 12조6586억원 △2020년 17조4923억원에 이어 지난해 20조원 문턱마저 넘었다. 특히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생산 폭이 크게 확대됐다.
정부는 지난 5년간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의 연평균 성장률이 19.9%에 달하는 등 크게 도약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바이오강국이 되기 위한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고작 3%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혁신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미 전 세계 주요국은 자국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미국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오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따라 필수의약품 생산역량 강화,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 등에 2조7000억원을 투입 예정이다. 미국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초고속작전’에 예산 14조원도 지원했다. 중국은 ‘건강중국 2030’, ‘중국제조 2025’를 통해 2030년까지 자국 바이오산업 규모를 1800조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5년간 제약바이오 연구개발(R&D)에 8조원을 투입했다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기준으로 보건의료 총 예산은 4조5000억원으로 미국 국립의학연구기관(NIH, 국립보건원) 예산 56조원의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국내 바이오 연구개발(R&D) 예산 1조8000억원 중 14.6%만 기업에 지원했다. 정부는 5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펀드를 조성 중이지만 펀드 규모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는 ‘제약바이오를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 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대로 제약주권 확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 바이오업계는 정부 차원의 바이오산업 육성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체감이 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제약주권 확립이 국정과제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산업 컨트롤타워인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도 조속히 설치·가동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규제와 인허가 절차 지연으로 신생 바이오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어려운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심사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 의약품·의료기기 수출도 현지 인허가 획득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국가 간 상호인정 협정(MRA) 체결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 지원과 더불어 바이오업계의 신뢰 확보도 필수다. 업계 일부이지만 매년 경영진 배임·횡령과 임상시험 결과 조작과 왜곡 등의 모럴헤저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신뢰를 깎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은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 붐이 일었던 정보기기(IT) 벤처 붐 시기와 비교되고는 한다. 당시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벤처 붐이 거셌던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조화로운 성장으로 IT강국으로 발돋움했고 IT 기술과 인프라는 코로나19시대 언텍트(비대면) 트렌드를 빠르게 정착시키는데도 기여했다. 바이오업계도 향후 3~5년이 과거 IT산업처럼 핵심산업으로 성장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혁신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