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12년만에 재연되나

의협 "포괄수가제 강행하면 파업불사"
  • 등록 2012-05-23 오전 10:20:00

    수정 2012-06-13 오후 12:45:38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23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같은 질환에 같은 의료비를 내는 이른바 ‘포괄수가제(DRG)’ 시행을 눈앞에 두고 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반발이 점점 더 거세지면서 파행이 우려된다. 의약분업을 반대하며 의사들이 총파업에 나섰던 2000년 이후 12년만에 의료계 총파업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2년 전 의료계 총파업 당시 고혈압,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수많은 만성질환자와 산모, 노약자 등 언제 응급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가족을 둔 가정이 발을 동동 굴렀었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포괄수가제 시행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며 정부가 강행하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 회장은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이 의료제도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건강, 행복을 위해서 기여할 수 있다면 국민의 동의를 얻어서 파업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며 “파업을 배제하지는 않으나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노환규 의사협회장 등 의료계 단체 대표들이 포괄수가제 시행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의사협회 제공)


의사협회 주장의 골자는 질환 명이 같다고 해서 가격을 같게 묶어 놓으면 의료의 질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좋은 재료를 쓰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진료원가가 높아지는데 진료비가 고정돼 있다면 의사들은 비용을 아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기퇴원 강요, 치료 생략, 싸구려 의료품 사용, 신기술 배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같은 날 오전 자료를 내고 그동안 자발적으로 포괄수가제를 시행해온 병원들을 조사한 결과, 부작용이 생기거나 병이 완치되지 않아 재입원하는 환자 비율에서 다른 병원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게다가 환자 만족도는 포괄수가제 시행 병원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고 복지부는 주장했다. 1997년부터 병의원급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포괄수가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는데 지난해 기준 전체 2466개 의원 가운데 85.2%인 2102개가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이미 전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주최로 열린 포괄수가제 심포지엄에서 배경택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의료계와 정부가 불신을 깨고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바람직한 해결방안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며 향후 의료계와의 협상 가능성도 열어놨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24일 복지부와 의료계, 시민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포괄수가제 의무적용 및 확대 철회를 요구하고,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건정심 탈퇴 선언을 하기로 공식입장을 결정했다.

건정심은 건강보험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복지부 산하 기구로 의료계, 근로자 및 소비자 등 시민 대표, 정부 대표 등 각각 8명씩 총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의료계 대표 8명 중 2명이 의협 측 사람이다.

의사협회의 강경 입장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은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해 운영되는 단체로 마음대로 탈퇴하고 가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며 “파업과 관련해서도 의약분업 때와 같이 총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파업을 불사한다며 관련 법령을 검토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괄수가제: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에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제도. 맹장 탈장 치질 백내장 편도 제왕절개 자궁부속기수술등 7개 질병군 입원환자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올 7월부터는 병의원급,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전체 의교기관까지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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