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뚝 떨어지자 “애 언제 낳나?” 전화 돌린 중국

대학에 '사랑 이론...실제 사례 분석' 과정
한 자녀 정책 펼치다 2016년 폐지
2021년부터는 한 가정 세 자녀까지 도입
  • 등록 2024-12-31 오전 7:49:45

    수정 2024-12-31 오전 9:31:09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심각한 저출산 위기에 내몰린 중국이 이를 해결하고자 전국적인 출산 장려 캠페인을 열어 데이트, 결혼, 출산 등을 권유하고 있다.

중국 출산율 관련 자료 사진. 사진은 훈련생들이 지난해 4월9일 중국 중부 후난성 창사시 창사현의 직업 훈련 학교에서 아기 간호 기술을 배우고 있는 모습. (사진=베이징 신화/뉴시스)
30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는 20대와 30대 기혼 여성에게 전화해 임신 계획을 물어보고, 부모들에게 현금을 지원하며 자녀를 두 명 이상 낳도록 장려하고 있다.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중국 국가보건위원회는 대학에 ‘결혼과 사랑 교육 과정’ 개설을 촉구했다. 사랑 이론과 실제 사례 분석을 통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장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지역에선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 둘째 출산 시 장려금 지원도 약속했다. 저장성의 한 주민은 “공무원이 둘째 아이를 출산할 경우 최대 10만위안(약 2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0월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출산 친화적 사회’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출산 장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영 언론사들은 정기적으로 ‘자녀를 갖는 것의 이점’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출산이 산모 건강에 유익하고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현재 중국은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추월하는 등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다. 런쩌핑 경제학자는 “중국은 고령화, 저출산, 저혼율이라는 세 가지 인구 위기에 직면했다”며 “중국의 고령화 속도와 규모는 전례가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1980년대부터 한 자녀 정책을 펼치다가 2016년 두 자녀 정책을 전면적으로 허용한 데 이어, 2021년 5월에는 한 가정 세 자녀까지 도입했다. 그러나 생활비와 교육비 등이 상승하면서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은 점점 심화했고 각종 장려책에도 출생률은 내리막을 걸었다.

결혼 자체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도 기성세대와는 달라졌다. 올해 초 중국가족계획(계획생육)협회, 중국청년망 등 다양한 기관이 공동으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청년층은 결혼을 인생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생각하지 않는다.

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공식적인 정책만으로는 젊은 세대가 가정을 꾸리도록 설득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실업률이 높고 경제 성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인구 통계 전문가인 왕펑 교수는 FT와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출산 장려 캠페인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여성들이 출산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면 높은 생활비뿐 아니라 심각한 불이익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왕펑 교수는 “중국 정부가 역사상 가장 잘 교육된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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