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어요"…코로나의 어버이날, 더 외로운 노인들

노인들 "노인 시설도 문 닫아 갈 곳마저 없어"
지자체 및 시설, 어버이날 비대면 행사 진행도
  • 등록 2020-05-08 오전 8:32:09

    수정 2020-05-08 오전 8:32:09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어버이날이라고 별 거 있겠나. 갈 곳이 없어 그냥 서 있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노인들이 우울감을 토로하고 있다. 감염병 취약자인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노인 시설부터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버이날을 앞두고 갈 곳을 찾지 못하거나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노인들은 외로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을 찾은 노인들 (사진=공지유 기자)
탑골공원 찾은 노인들 “어버이날 특별하지 않아”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탑골공원 돌담길에는 평소처럼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한 노인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다. 급식을 받지 않는 노인들 역시 인근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이른 오전부터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종로를 찾았다. 대부분 혼자 살거나 기초생활 수급자인 이들은 어버이날도 평소 일상과 다를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에서 아침 7시부터 탑골공원을 찾은 최모(75)씨는 무료급식 번호표를 받기 위해 새벽 다섯시 반에 집에서 나왔다고 했다. 최씨는 “종로를 찾는 노인들은 대부분 혼자 살기 때문에 어버이날이어도 평소처럼 종로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70대 김모씨는 어버이날이 특별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어버이날은 특별한 날도 아니고 할 일도 없으니 종로로 온 것”이라면서 “만날 사람은 없는데 시간은 많아 하루 종일 도시락 받는 것만 기다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갈 곳이 없어졌는데 가족도 만나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김모(76)씨는 “2월부터 복지관도 전부 문을 닫고 갈 곳이 없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배회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낙원상가 인근에서 만난 이모씨는 “노인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무기력에 빠져 있다”며 “아들 딸들도 요새 (감염 우려 때문에) 부모 만나기를 피하니 외로움이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을 찾은 노인들이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 시간표를 보고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6일 생활방역 전환과 함께 영업을 재개한 문화시설을 찾는 노인도 눈에 띄었다. 4일부터 시범 영업을 재개한 낙원상가 ‘낭만극장’을 찾은 B씨는 “평소 극장을 자주 찾았는데 2월부터 문을 닫아 갈 곳이 없어 우울했다”며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은 시설 하나가 닫으면 갈 곳을 잃게 되는거나 마찬가지”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감염 취약” 노인 시설 개방은 아직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학원과 헬스장 등 일부 시설들은 방역지침을 지키면 운영이 가능해졌고 공공시설들도 속속 문을 열고 있지만 노인 관련 시설은 여전히 문이 굳게 닫혀있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노인들이 감염 위험이 높다 보니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노인을 위한 문화시설을 운영하는 C씨는 “아무래도 노인들이 감염병에 취약하다 보니 휴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무기한 휴업 중”이라고 말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아직까지 복지관 개방 계획은 없다”면서 “신중히 논의 후에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종로구 관계자도 “아직까지 탑골공원을 개방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매년 어버이날 행사를 진행해온 지자체와 시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행사를 취소하면서 노인의 우울함을 달래기 위한 비대면 행사를 준비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관계자는 “어버이날 어르신들이 방에서 즐길 수 있는 퀴즈, 라디오 코너를 영상으로 제작해 제공한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비대면 방식 어버이날 기념식, 랜선 라이브 클래식 유튜브 공연 ‘생큐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영등포구는 관내 독거어르신에게 건강식품과 카네이션, 손편지 등이 담긴 ‘효(孝) 한 상 키트’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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