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푸징 쇼핑가 선점하자"… 국내업체 진출 러시

[중국·베트남 ''新 중산층''을 잡아라] <上>
짝퉁 아닌 명품 찾는 중산층… 베이징 백화점 年 20% 성장
롯데·신세계 투자규모 늘려
미용실·놀이체험관도 진출… 한국보다 가격 비싸게 책정
  • 등록 2008-02-13 오전 9:36:10

    수정 2008-02-13 오전 9:36:10

[조선일보 제공] '중국의 명동'이라 불리는 베이징 왕푸징(王府井) 거리. 이곳 중심에는 베이징 백화점과 홍콩 최대 재벌 리카싱(李嘉誠)이 지은 '둥팡신톈디(東方新天地)' 쇼핑몰 등 대형 쇼핑센터가 연이어 자리잡고 있다. 하루 유동인구 30만명이 몰린다는 이 거리를 걷다 보면 물결무늬 외관을 한 8층짜리 쇼핑센터건설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한 롯데 백화점이다. 롯데·신세계 등 한국의 유통소비재 기업들이 중국·베트남 신(新) 중산층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삼고 투자규모를 늘리고 있다.

중국으로 진출한 한국 미용실·피부관리점포에서는 서울보다도 비싼 가격을 내걸고 이곳 중산층을 상대로 영업 중이다.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업이 떠난 자리에 중국 소비자를 노린 한국 유통소비재 기업이 물밀 듯 들어오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 내 백화점·대형쇼핑센터의 빅뱅

롯데백화점 베이징점은 올 6월쯤 베이징 올림픽 개최 직전 문을 열 예정이다. 중국 현지 인타이그룹과 50대 50으로 합작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부회장도 건설 현장을 각각 다녀갔다. 롯데는 베이징점에 이어 상하이·선양·칭다오 등지에서 15개 이상의 점포를 열 계획이다.

롯데가 중국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이곳 고급 소비 계층 확산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왕푸징 상권에 모인 중국의 신(新) 중산층 소비자들은 더 이상 '짝퉁 시장'을 찾지 않는다. 베이징 시내 백화점 시장 성장률은 매년 20%가 넘는다. 중국의 소비시장 규모는 2000년 444조 원에서 2006년 915조 원으로 급증했다.

왕푸징 거리에서 만난 젊은 주부 쉬링(36)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맘먹고 명품 쇼핑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까르띠에 브랜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안진호 롯데 베이징점 명품팀장은 "한국과 달리 중국 명품시장의 주 고객은 30대 부동산 관련 사업가나 직계 가족"이라며 "이들은 한 번 쇼핑할 때마다 평균 1만5000~2만 위안(200만~260만원)을 쓴다"고 말했다.

시장이 커지다 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까지 백화점·쇼핑몰 등 대형 쇼핑센터 42개가 영업 중이었지만, 올 들어서만 40개가 추가될 예정이다. 베이징에서 82개에 달하는 대형 쇼핑센터가 생존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학원·미용실도 초고가 전략

중국 중산층을 노린 한국기업 진출은 백화점뿐 아니다. 지난해 상하이에 진출한 한국의 어린이 놀이과학체험관인 씽크타운 이용 가격은 서울 수준을 넘어섰다. 이곳 씽크타운 1회 방문 가격은 120위안(약 1만6000원). 한국에서 받는 가격(1만2000원)보다도 높다. 상하이 씽크타운의 경우 하루 25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찾아온다. 이곳에서 만난 셔하이잉(石海英·32)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가끔씩 아이와 함께 와서 시간을 보낼 정도의 여유는 있다"고 말했다. 타이완 출신 중국 씽크타운 샤홍위(夏弘禹) 총경리는 "어린이 놀이체험시설 시장은 200억 위안(2조6000억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중산층의 소비 수준이 높아질 것을 예상하고 한국 브랜드를 들여왔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이가자 헤어숍과 피부미용실 이지은레드클럽도 최고가(最高價) 정책을 쓰고 있다. 베이징 호텔 내에 입점한 이가자 헤어숍의 커트 가격은 한국 돈 4만원. 한국보다 두 배 수준이다. 회사 측은 "중국 내 36개 점포를 열 때마다 시장조사를 해서 그 지역에서 가장 비싼 커트 가격보다 30%를 더 얹는 고가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그럼에도 중국 중산층 소비시장 진출은 기회이자 위험이다. 국내 의류 브랜드 '잇미샤'를 중국에 들여온 베이징백산유한공사 조동섭 사장은 "중국 주요 도시의 소비자들은 유럽 미국의 고가품을 찾을 정도로 소비 수준이 높아졌다"며 "이제 중국은 글로벌 유명 브랜드와 겨뤄야 하는 치열한 현장"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한국 기업엔 기회라는 목소리도 높다. 롯데백화점 안세영 베이징 점장은 "같은 건물에서 명품·스포츠용품·인테리어기구·식품 등을 한꺼번에 원스톱 쇼핑하는 한국 백화점식 매장 구성에다 한국식 서비스를 덧붙인다면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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