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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8시58분께 흰색 셔츠에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회의실에 도착한 이 총재는 위원장 자리에 착석해 취재진 요청에 따라 의사봉을 여섯 차례 두드렸다. 이 총재는 촬영이 끝난 직후 마지막 금통위 회의에 참석하는 조윤제·서영경 위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총재는 “마지막 금통위니까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며 “여러분 앞에서 수고하신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회의실은 취재진을 비롯한 60여명의 사람들로 꽉 찼지만, 분위기는 엄숙했다. 집행간부들과 금통위원들은 목례만 할 뿐 평소에 들리던 잡담 소리가 일절 들리지 않았다.
이날 조윤제 위원이 한 ‘뼈 있는’ 농담은 현재 우리 경제 여건을 대변한다. ‘물가안정’을 우선 목표로 두고 있는 한은이지만, 물가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5개월 만에 반등하는 등 물가가 안정됐다는 확신이 들기 어려운 시점이다. 더군다나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원·달러 환율은 1360원대까지 치솟았다. ‘매파’(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 위원에겐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농담을 던질 상황인 것이다.
이번 금통위의 핵심은 이날 오전 11시10분께 진행되는 통화정책방향 설명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5%)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 총재와 금통위원들이 현재 국내외 여건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통화정책을 운영할지를 언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결정 결과를 이날 오전 10시를 전후해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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