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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구월동 ‘산호’
인천 남동구 구월동 ‘산호’에 가면 놀랄 일이 몇 있다. 우선 주방 앞 진열 냉장고에 절로 탄복한다. 위에 미닫이 유리문을 달아 훤히 들여다 보이는 냉장고에 갖은 해물이 그득하다. 생선이며 조개, 새우, 문어까지 여남은 제철 해산물들을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고 얌전하게 다듬어 쟁반마다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장사를 준비하는 자세와 여주인의 정성이 한눈에 전해 온다. 매일 아침 장 봐온 것들을 오전 내내 다듬는다고 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당긴다.
다음으로 이 집만의 독특한 ‘한정식’이다. 정해진 상차림이 따로 없이 일년 열두 달 다르다. 연안부두와 인근 섬, 멀리는 목포에서 그날그날 들여오는 물 좋은 해산물을 되는 대로 차린다. 요즘엔 생선회에 먹갈치구이, 서대조림, 우럭구이, 말린 대구찜 같은 것을 올린다. 홍어는 백령도나 대청도산을 삭혀 낸다. 대구나 우럭, 놀래미들은 며칠 꾸덕꾸덕 말려 쓴다. 돼지 등갈비찜과 김치찌개를 빼곤 주요 요리 예닐곱 접시가 간장게장까지 포함해 해산물 일색이다.
백미는 ‘토종 굴 화채’〈사진〉다. 추석 지나 10월 초부터 덕적도에서 캐는 자잘한 토종 굴을 직접 사들여 묵은 김치와 배, 오이, 파, 김가루, 깨소금을 넣어 말아내는 일종의 물회다. 엄지손톱만큼 작지만 탱글탱글하고 고소하고 향긋한 굴들이 매콤 새콤 시원한 국물과 함께 그냥 목을 타고 넘어간다. 그 맛과 향기와 감촉은 굵은 양식 굴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다. 답답한 속이 절로 뚫린다. 처음엔 후식으로 내던 것을 너도나도 반겨 이젠 맨처음 밥상에 올라 입맛 돋우는 간판 음식이 됐다. 굴철이 지나면 멍게화채로 대신한다.
1993년 구월동 반지하 집에 동그란 의자 몇 놓고 시작한 이래 잠깐 연수구로 옮긴 것 말고는 내내 구월동을 지킨 토박이 음식점이다. 경인지방노동청 뒷골목. 방 8개. 안마당에 10여 대 주차할 수 있다. 일요일엔 쉰다. (032)441-1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