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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숨진 소방관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방관 A씨는 1992년부터 22년여간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다 2015년 4월 자택에서 목을 매 숨졌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공황장애다.
A씨는 2001년부터 12여년간 구급 업무를 담당했다. 참혹한 현장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구급 업무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A씨는 2010년 한 해 20회 이상 참혹한 현장에 출동하는 등의 이유로 2010년 12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A씨의 화재진압팀 생활은 길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A씨가 근무하던 소방서가 자격증이 없는 구급대원 비율이 전국 최하위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시정을 요구했고, ‘응급구조사 2급 자격증’을 갖고 있던 A씨는 6개월여만에 다시 구급 업무를 맡게 됐다. 본인 뜻과 무관하게 구급 업무에 복귀한 A씨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이에 당국은 “사망 전날 경제적 문제를 언급하며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A씨의 사망이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여겨 ‘순직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을 했다.
법원은 A씨의 순직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구급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런 증상의 치료는 결국 구급 업무에서 멀어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A씨는 수차례 구급 업무 외 다른 임무를 갈망했으나, 본인의 뜻과 달리 6개월 만에 다시 구급 업무로 복귀하게 돼 깊은 절망에 빠졌을 것으로 보여 A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적 어려움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으나, 이는 부수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 또한 정신질환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