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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가입 거부’ 몽니로 서방 ‘대러 압박’ 차질
AP뉴스는 28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선투표 승리를 전하며 “이번 선거 결과는 튀르키예 국내 정치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과 중동을 잇는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더해 다른 나토 회원국과 달리 러시아·중국과 협력을 강화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외교정책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후에도 ‘중재자’를 자처하며 서방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를 거부해왔다. 특히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 위협에 맞서 나토를 강화하기 위해 스웨덴·핀란드를 나토에 가입시키려 했지만 튀르키예는 스웨덴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했다. 튀르키예가 테러단체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에 스웨덴이 미온적으로 군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 수출을 허가하며 튀르키예 정부를 달래려고 했으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대선 승리선언서 러와 ‘에너지 협력’ 시사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방과 멀어진 만큼 러시아·중국 등과 거리를 좁혔다. 튀르키예는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대신 오히려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했다. 또한 미국 견제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선 승리 선언에서도 “개발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인 운송·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끌어와 국제 허브로서 튀르키예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이 말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제안한 유럽행 천연가스 수출 허브 구축을 수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美 “나토 동맹국으로 협력 기대” 달래기
미국 등 서방은 7월 리투아니아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에르도안 대통령 달래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양자 간 쟁점과 글로벌 과제에 대해 (튀르키예가) 나토 동맹국으로서 계속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나토 동맹국으로서 튀르키예의 역할을 강조한 게 그 일례다.
튀르키예 역시 이런 상황을 즐기며 몸값을 올릴 것이라 관측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고눌 톨은 “에르도안은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서방의 양보를 끌어내는 카드로 썼다”며 “에르도안은 여러 면에서 서방 세계의 양보를 얻어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이권을 끌어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타임지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