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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오는 28일부터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제도다.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약 50조7000억원),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약 16조7000억원) 등 5년간 총 527억달러(약 67조4000억원)를 지급한다. 이번 신청은 생산 보조금이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립 중인 삼성전자는 보조금 신청 대상에 해당한다. SK하이닉스도 미국에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과 R&D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다만 보조금 지급에는 조건이 달렸다. 수혜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에서 첨단 반도체 시설을 투자해선 안된다.
레거시(구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존 시설은 규제하지 않는다. 관건은 레거시 반도체의 정의다. 반도체지원법은 비메모리반도체 분야 레거시 반도체의 경우 개념을 명확히 규정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는 정의가 모호하다. 업계에선 보조금 신청 접수를 시작하면서 메모리의 레거시 반도체 개념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K, 중국서 최대 40% 생산…“구형 반도체로 미래 대비 못해, 韓·美에 新생산기지 세워야”
업계와 학계는 우리 기업이 중국 외에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을 갖추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간 중국에 들인 투자 금액이 막대하더라도 미래 현금창출 기지를 새로 만드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전체 낸드 중 40%를, SK하이닉스는 낸드 20%, D램 40%를 중국에서 만드는 만큼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시장 점유율 하락과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유출 우려가 적은 우리나라나 선진 기술을 교류할 수 있는 미국,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도 등이 첨단공장 생산기지에 적합하다고 본다. 인도는 100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반도체 투자에 쓸 예정인데다 미국과 국방과 및 IT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핵심 첨단기술 구상(iCET)’도 체결했다. 미국의 규제리스크가 적어 전력·용수와 숙련된 인력 등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중국은 레거시 공정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이나 미국 등에 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도 “중국을 놓지 못하다 기술 발전에서 낙오하면 더 큰 손실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