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만 42조 불어난 가계대출…은행 규제 완화에 급증 우려

작년 5대 은행 가계대출, 전년 대비 약 42조원 늘어
8월 한 달에만 9.6조원 급증…규제 강화에 연말 안정세
연초 은행들 규제 완화하며 가계 대출 급증 우려
  • 등록 2025-01-01 오전 9:48:09

    수정 2025-01-01 오전 9:48:09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5대 은행의 지난 한 해 가계대출이 전년 대비 약 42조원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안정세를 보이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연초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4조3995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말(692조494억원)보다 41조9901억원, 11월 말(733조3387억원)보다는 1조608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련 규제를 앞두고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8월 역대 최대 수준인 9조6259억원까지 폭증했다.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작되고 은행권의 금리 인상과 취급 제한 등 가계대출 총량 관리도 더해지면서 5조6029억원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등 주택 거래 급증세까지 꺾이면서 10월(+1조1141억원)과 11월(+1조2575억원), 12월까지 석 달 연속 1조원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주도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578조4448억원으로, 2023년 말(529조8922억원)보다 48조5526억원 증가했다. 다만 11월 말(576조9937억원)보다는 1조451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8월(+8조9115억원), 9월(+5조9148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대폭 줄어든 셈이다.

반면, 신용대출 잔액은 11월 말 104조893억원에서 12월 30일 103조9007억원으로 1886억원 감소했다.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7월(-1713억원) 이후 5개월 만이다. 2023년 말(106조4851억원)과 비교하면 잔액이 2조5844억원 줄었다.

한편, 연말 안정세를 보이던 가계대출이 새해들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이 지난해 7∼8월 이후 금리 인상, 한도 축소 등으로 높여왔던 가계대출 문턱을 새해부터 낮추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일제히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재개한다. 모기지보험은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보험 적용이 다시 이뤄지면 서울 지역의 경우 5000만원 이상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1억원으로 묶여있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도 확대된다. 신한·우리은행은 한도를 2억원으로 늘리고, 국민은행은 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다만 유주택자의 주택구입목적 주담대는 여전히 하나은행만 내주고 있다. 국민·신한은행은 전 지역에서, 우리·NH농협은행은 수도권 주담대가 막혀있다.

전세대출 규제도 완화된다. 1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해왔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관련 규제를 풀기로 했다.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도 올해부터는 하나은행뿐 아니라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에서도 받을 수 있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대출 제한도 대부분 풀린다. 국민은행은 당초 비대면 대출을 막지 않았고, 신한·하나·농협은행이 연말 연초 비대면 대출을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전세대출을 재개했으나 비대면 신용대출 판매 중단은 연장했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연초에 가계대출 관리가 여유로운 편이다.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연간 목표치가 새로 설정돼서 대출 총량 관리 부담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이 초반에 많이 늘어난 경우엔 연말이 가까울수록 목표치 내로 맞추느라 대출이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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