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지방 방송국에서 전화로 방송에 관한 청탁을 받았다. 여러 가지 조건이 매력적이지 않았다. 통상 이런 일은 거절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전화 거는 분의 목소리, 톤, 음색이 환상적이었다. 매너 또한 끝내줬다. “전화로 죄송한 부탁을 드려야겠네요. 이번에 저희 방송국에서 프로그램 하나를 기획하거든요. 꼭 참여해서 프로그램을 빛내주세요. …” 나도 모르게 승낙을 하고 몇 달 동안 그 일을 하느라 고생했다. 어느 날 담당자가 바뀌었다. 완전 반대였다. 뚱한 목소리에 상투적인 어투였다. 나는 아무 갈등 없이 거절하고 그 프로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아직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만난 적 없지만 그가 삶을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게 사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왜 친절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다. 찡그린 얼굴로 조깅하고, 뚱한 태도로 인삼 녹용을 먹는 것보다는 웃는 얼굴로 앉아 있고, 친절한 마음으로 거친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친절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덕을 베푸는 효과가 있다.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또 다른 친절을 낳고 친절을 베푼 사람에게 배가 되어 돌아온다. 친절을 베푼 사람에게는 늘 좋은 일이 생긴다. “당신이 친절한 태도로 사람에게 끼친 유쾌함은 당신에게 되돌아오며 가끔 이자까지 붙어서 되돌아온다” 아담 스미스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