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주요 은행장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거취에 금융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주부터는 차기 행장 인사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임 회장 부당대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우리은행과 올해만 여섯 차례 이상 금융 사고가 불거진 농협은행은 행장 연임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행장의 임기가 올해 12월 31일 일제히 만료된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여파로 교체가 사실상 확정됐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22일 정례 회의를 열고 조 행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조 행장은 이 부당대출에 직접 연루되지 않았으나 사후에 위법 사실을 파악하고도 고의로 금융당국 보고를 지연한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는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후보군으로는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유도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집행 부행장 등이 세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영업부문과 기업투자금융부문을 각각 이끄는 김범석 부행장과 기동호 부행장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대교체를 위해 사내외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을 깜짝 발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강신국 우리PE자산운용 대표 등 지난해 조 행장과 함께 롱리스트에 포함됐던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도 행장 후보로 거론된다.
첫 2년 임기를 마친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은행장의 연임이 일반적이지 않은 데다 올해 들어 드러난 금융사고만 여섯 차례 이상이라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근 행장은 지난 2022년 1월 취임한 후 첫 2년 임기에 이어 1년 연임에 성공해 올해 3년차 임기를 지냈다. 허인 전 행장도 재연임(2+1+1)에 성공했다. 이 행장은 올해 실적에 최대 변수로 거론됐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예상보다 수월하게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그룹은 이달 27일 계열사 대표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 취임해 첫 임기를 마치는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연임이 유력시된다. 올해 신한은행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고 통상 2+1년이라는 최고경영자(CEO) 인사 기조를 고려하면 연임에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승열 행장 취임 첫해인 작년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다음 달 중순 행장 후보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그룹 회장 중에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함 회장은 지난 2022년 3월 취임했으며, 내년 3월 31일 첫 3년 임기를 마친다. 지난 2023년 1월 취임한 이 회장은 올해 말 2년 임기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