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버냉키발 쇼크 대응책 마련 분주..7월 장기채 발행축소 왜 나왔나

  • 등록 2013-06-23 오후 9:15:31

    수정 2013-06-23 오후 9:15:31

[이데일리 김남현 윤종성 기자]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시작된 이른바 ‘버냉키 쇼크’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아직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크진 않지만, 외국인투자자가 예상보다 빨리 유동성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어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 장기채 QE종료 직격탄..外人 듀레이션 축소에 대응

정부는 일단 급격한 외화유출에 따른 채권, 주식 등 자산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비상계획’을 마련했다. 23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표한 ‘7월 장기채 발행물량 축소’도 이중 하나다.

이날 조치의 핵심은 시장안정화 조치로 7월 장기채 발행물량을 축소하는 등 유동성을 탄력조정하겠다는 거다. 이는 미 연준의 출구전략이 정책금리를 유지하는 대신 유동성을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정책효과가 장기채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기 국고채 발행물량을 줄여서라도 당장의 파급효과를 줄여보겠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그간 연준의 유동성 확대책은 장기국채 금리를 하향안정화시켜 경기부양 효과를 내겠다는 정책이었다. 결국 이를 축소하는 출구전략은 곧 장기채 금리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출처> 금융투자협회
실제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1일(현지시간) 연 2.53%를 기록, 버냉키 의장 발언직전인 18일 종가(2.18%) 대비 0.35%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는 미국채 2년물이 같은기간 0.11%포인트 올랐다는 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원화채권시장 역시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이 전해진 20일과 21일 양일간 국고10년물 금리가 무려 0.34%포인트나 급증하며 연 3.58%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기간 통안채2년물 금리가 0.15%포인트 오른것에 비해 두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김진명 기획재정부 국채과장은 “장기채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등 시장심리가 좋지 않다. 시장이 적응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도 7월 장기국채 발행물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8월이후에는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의 원화채권 이탈상황은 아직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20일과 21일 양일간 장외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7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을 의미하는 듀레이션을 크게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즉 만기가 짧은 통안채의 경우 935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만기가 긴 국고채의 경우 오히려 26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채권애널리스트는 “미국채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국내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이 듀레이션을 줄이자 장기채쪽 수급이 취약해진 상황”이라며 “외국인 자금이 2008년처럼 이탈할 경우 유동성 공급책이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일단 취약한 수급상황을 보이는 장기물에 대한 발행 비중을 줄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국 대응책 마련 부심

정부는 채권시장 이외에는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대응방침만 밝힌 상태다. 하지만 지난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직후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당국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외환시장 구두개입→시장 유동성 공급→자본유출입 규제 등 점차 강화되는 방식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버냉키 쇼크’가 장기간 지속될 변수는 아니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최희남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버냉키 발언은 미국 경기회복 기조가 지속된다면 연내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있다는 것으로,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자신감에 기초한 것”이라며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유출이 확대되면서 단기적으로 시장변동성이 확대될 순 있지만, 그 영향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금유출 등 금융측면에서 어느 정도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출구전략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엔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주식· 채권 등 자산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유출은 불가피해 보여 금융부문에서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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