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의사 2천명 증원은 무리…합리적 숫자 조정 필요"

민주당 의사 출신들 “의대 교수 중심으로 논의해봐야”
“의사 '이기적 집단' 돼…400명이 2000명 폭탄 됐다”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의사 수만 늘리면 건보재정 파탄"
  • 등록 2024-02-25 오후 3:06:53

    수정 2024-02-25 오후 5:37:20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현장이탈이 25일로 엿새째를 맞았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오는 가운데 제1야당인 민주당 내 의사 출신들에 갈등 해법을 물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대란’이 가시화한 가운데 20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작성한 ‘의사들의 집단 진료 중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을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내 의사 출신들은 다른 시각에서 정부-의사 간 갈등에 주목한다. 공통된 의견은 당장 늘어난 의대생들을 감당하는 주체가 바로 의대인 만큼, 의학 교육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정원확대에 대한 갈등 해소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현영 의원은 “의대 정원 문제는 ‘근거 싸움’이다. 합리적으로 국민을 설득해가는 게 중요하다”며 “갑자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의료계와 건강보험지불 이용자들과 함께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합리적인 방식으로 숫자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5호 인재로 영입된 강청희 전 의협 부회장도 “의협은 권익단체이기 때문에 의사 숫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의협 입장만 들어서는 안 되고 의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이 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용빈 의원은 “의과대학 교육역량을 더 정교하게 산출되어야 하나 그런 대책이 없었다”고 짚었다.

그동안 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만 했을 뿐, 문재인 정부 이후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청희 전 부회장은 “의협에서는 아직도 정원확대에 대한 준비가 덜 됐다. 논리를 서로 만들어서 싸워야 하는데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서 매년 350명까지 증원하는 것에 수용 여력이 있다는 자료를 내놨다. 의협은 그럼 왜 문재인 정부 당시 연 400명 증원에 반대했나”며 “당시 의협에서 강하게 반발했다면 상황을 돌아보며 (정원 확대에 대한) 준비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신현영 의원은 “의협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연 400명씩 10년간 증원에 대해 파업으로 투쟁했다”며 “결국 여론이 의사를 ‘이기적 집단’으로 인식하는 상황이 됐다. 그 결과 400명이 2000명 폭탄이 돼 돌아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정부가 별다른 대안 없이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빈 의원은 “의대 증원의 본질적 목적은 의료의 공공성 회복에 있는데, 정부 발표안에는 공공의대 설립, 공공병원 확충 등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에 대한 대책이 다 빠져있다”며 “2020년 9.4의정합의서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지난해부터 반년 이상 시간 끌며 의료계의 거듭된 파업 경고도 무시하고 강행한 윤석열 정부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신현영 의원은 “이건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이다. 의료가 정치에 이용되고 있다.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수술 취소, 필수의료 의사들의 현장이탈 등 오히려 필수 의료 생태계를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을 한번에 2000명 늘린다고 의사들이 모두 지역으로 가는 것이 가능하겠느냐. 의료시스템의 전환 없이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나둔 상태에서 의사 배출만 증가하면 경쟁이 심화되어 국민들은 병원의 검사와 처치 과잉에 노출되고,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도 위협이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시스템 개편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행위별로 수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환자의 치료 지표가 좋아졌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환자 중심’ 지불제로의 근본적인 의료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청희 전 부회장은 “단순히 의사 숫자가 많아지면 의사 인건비 깎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의사는 타 직종과 다르다”며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별로 수가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행위량을 늘리면 수요가 창출된다. 의료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 없이 명수만 늘릴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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