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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 따르면 교제 한 달 후쯤 남자친구 B씨는 명품 브랜드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외제차를 주며 청혼을 했고 신혼집을 알아보며 예식장까지 잡았다.
그런데 B씨의 부모님은 A씨가 남성을 대상으로 자극적인 방송을 진행하는 것을 못마땅히 여겼고 B씨 역시 부모님을 설득하려 했지만 완고한 부모님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A씨는 “B씨가 오히려 저에게 마음이 멀어져가는 거 같았다”며 “결국 결혼은 흐지부지됐는데, 그 와중에 저는 임신을 해서 혼자 아기를 낳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B씨는 이후 아이를 보러 두 번 정도 A씨를 찾아왔으나 이후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이채원 변호사는 “‘약혼’이란 ‘장차 혼인할 것을 약정하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약혼은 특별한 형식을 거칠 필요 없이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으면 성립하며, 서로의 부모를 만나 결혼 승낙을 받거나 뇌물을 주고받았다면 약혼이 성립되었다고 본다는 것이다.
즉, A씨의 경우 약혼식을 하지는 않았으나 명품 다이아 반지와 차를 선물받은 것은 예물로, 신혼집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결혼식장을 계약하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하는 등 결혼을 전제로 한 준비 기간을 가졌으므로 약혼이 성립됐다는 것이다. 이에 약혼도 일종의 계약이다보니 이에 대한 불이행으로 손해배상을 청수할 수 있다는 것.
이 변호사는 “아이를 임신했음에도 전혀 아버지의 역할을 하지 않는 등, 신뢰 관계를 깨뜨리는 행동을 하였으므로 약혼의 파기는 결국 남자의 유책 사유로 인한 것이라 볼 수 있기에 정신적 손해 배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 인지 청구를 하면서 앞으로 아이를 키울 친권자 및 양육권자를 지정해 달라고 함께 청구할 수 있어 당연히 아이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양육비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은 상대에게 부담하라는 취지의 양육비 청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A씨가) 임신 기간부터 출산까지 혼자 준비하고 B씨에게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출산 비용부터 과거 양육비 등에 대해서도 일시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