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효과 컸다…올해 삼성·SK 반도체 질주 보게 될 것"[전문가 진단]

[삼성전자·SK하이닉스, 1Q 반도체 ‘깜짝 실적’]
이종환·범진욱·경희권·이규복 등 4인 분석·전망
"낸드 2Q 내 회복…데이터센터 수요↑+노트북 교체주기"
"하반기 삼성 파운드리 흑전 기대…美 테일러 투자 확대"
  • 등록 2024-04-07 오후 3:31:36

    수정 2024-04-07 오후 7:02:10

[이데일리 최영지 김응열 기자] “감산 효과가 컸다. 올 하반기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성적도 점점 좋아질 것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아직 적자다. 시장은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TSMC 추격에 집중해야 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고성능 D램 이어 낸드 수요 증가 추세…“생산량 늘려야”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실적 부진을 털고 올해 1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하자 업계에선 이 같은 해석과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올 1분기 매출 71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5개 분기 만에 매출 70조원대를 회복한 것으로, 반도체 실적 회복이 전사 매출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은 올해 1분기에 7000억~1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분기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삼성전자보다 빨리 흑자전환에 성공한 SK하이닉스의 경우 올 1분기 1조5056억원 상당 영업익을 내며 흑자 폭을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의 1분기 확정실적 발표는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메모리 생산 감소 효과와 함께 AI용 반도체 판매확대가 실적을 상당 부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업계에선 메모리 가격을 올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가격을 올 1분기에 비해 2분기에 20% 상당 올린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 1~2분기, SK하이닉스는 2분기 낸드 흑자전환이 확실시된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IT업체들이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여 대용량 저장장치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며 SSD 등 낸드 수요도 하반기에 늘 것”이라며 “AI폰 확산과 노트북 교체주기도 도래해 슬슬 메모리 생산량을 늘려도 된다고 본다”고 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감산 축소는 기업판단이지만 수요가 폭증하면 자연스레 감산은 줄이지 않을까”라며 “2021~2022년 호황에 비하며 아직 실적이 낮아 수요가 완전하게 살아날 올해 2~3분기까지 관망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고 분석했다. 양사는 올 상반기까진 감산을 유지하되 수요가 늘어나는 제품에 대해서는 공급을 확대하는 식의 전략적 감산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이 본인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에 올린 미국 테일러 공장 모습.
“파운드리도 흑자전환 전망…TSMC와 격차 줄여야”

AI용 메모리 생산을 비롯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첨단 패키징 등 미래준비를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R&D)에도 속도를 올린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은 여전히 적자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하반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연구부원장은 “반도체 산업은 올 하반기 충분히 성장 가능한 상황에 와 있어 파운드리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투자도 가속화해 TSMC 추격에 집중한다. 지난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5일 텍사스주 테일러에서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신규로 발표하는 투자 규모는 270억달러(약 36조5000억원)로 테일러 파운드리팹과 최첨단 패키징 시설 추가 건설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투자금을 기존 투자금에 합산하면 총 440억달러(약 59조5000억원)로 TSMC의 미국 투자액(400억달러)을 추월한다.

이종환 교수는 “시장 예상처럼 파운드리가 여전히 적자인데 업계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인텔이 치고 올라오며 역전당할 수 있어 TSMC와의 격차를 빨리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또 “삼성전자는 메모리에도 집중해야 하지만 파운드리 공정 개발과 팹리스들과의 신뢰관계를 쌓는 등 파운드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대만 강진으로 TSMC의 생산라인 복구에 시일이 걸리는 만큼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희권 부연구위원은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인된 것”이라며 “글로벌 팹리스들이 공급선 다변화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됐을 것이며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며 차세대 HBM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일각에선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패키징에 이어 향후 파운드리 사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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