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원유 과잉? 오히려 부족 위기…투자 늘려야”

“2014년부터 산유 부문 투자 1100조원 줄어”
정부 지분 5% 매각·IPO 앞두고 ‘장밋빛 전망’
  • 등록 2017-04-16 오전 11:14:29

    수정 2017-04-16 오전 11:14:29

세계 최대 원유 생산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의 아민 알 나세르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열린 에너지 정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세계 최대 원유 생산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가 이대로면 원유가 부족해질 것이라며 지금부터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열린 에너지 정상 회의에서 앞으로의 원유 부족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당장은 미국 시추 장비 증가와 셰일가스 증산 등 여파로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글로벌 수요 증가와 자연재해 등에 따른 자연 감소분을 고려하면 수년 내 원유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나세르 CEO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급락한 2014년 이후 원유·가스 개발 관련 투자가 1조달러(약 1142조원) 가까이 줄면서 미래 생산능력도 덩달아 줄었다”며 “이 여파로 사우디 정부의 최근 4년 원유 발굴량은 4년 전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의 수요 증가 전망과 비교해 생산능력 확충 노력은 크게 뒤처지고 있다”며 “원유 부족 현상이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며 이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친환경 에너지 사용비중 확대에 따라 원유 수요가 최고조에 달했으며 앞으로 감소하리란 전망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아람코는 현재 하루 1000만배럴 수준인 산유량을 앞으로 2000만배럴까지 늘릴 준비를 미리 해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제 원유시장은 2014년부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며 유가가 급락했다. 이에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이 유가 급락을 막고자 올 상반기 하루 180만배럴의 원유 감산에 합의했으나 미 셰일가스 증산 여파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초반중반에서 정체된 상황이다. 이 같은 현 상황을 고려하면 다소 희망 섞인 분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나세르 CEO는 “국제유가가 당분간은 불확실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상승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아람코에 대한 투자 유치를 늘리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사우디 정부는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자 정부 최대 수익원인 아람코의 지분 5%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람코는 이와 함께 사상 처음으로 기업공개(IPO)를 하고 외부 투자금 유치에 나선다. 나세르 CEO는 “우리의 상장은 회사의 효율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한 사우디 정부 민영화 작업의 첫 단계”라며 “내년 말을 목표로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네덜란드계 석유기업 로열더치셸과의 미 합작법인인 모티바(Motive)에 대한 투자도 적절한 시기에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모티바를 통해 미 최대 원유 정제시설인 텍사스 포트 아서 내 영향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는 또 “원유 수요가 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도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아람코 원유 시추 모습.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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