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라면서도 만일을 대비해 준비했던 플랜B를 가동해 뉴로나타 알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김경숙 코아스템켐온 연구소장(CTO)은 이날 이데일리에 “뉴로나타알 임상 3상은 JRS(Joint Rank Score)를 평가지표로 삼아 루게릭병 임상을 진행한 첫 사례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에 톱라인 데이터를 수령하면서 이중맹검이 깨져 환자들의 데이터를 모두 확인할 수 있게 됐으니 바이오마커 등 하위지표 분석에 열중하고 이제까지 누적된 시판 후 조사(PMS) 데이터를 활용해 FDA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상선 유효성 확실했는데 3상은 미충족…왜?
운동 신경세포가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신경성 희귀질환 루게릭병은 증상 발현 후 환자가 3~5년 안에 사망할 정도로 질병 진행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기존 약물은 증상완화제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수명연장 효과가 낮아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높다.
업계선 뉴로나타 알 임상 2상 1차 지표로 활용됐던 ALS 기능 평가 척도-수정판(ALSFRS-R)이 아니라 JRS가 임상 3상 1차 지표로 결정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뉴로나타 알은 ALSFRS-R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임상 2상에서는 대조군과 시험군 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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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계자는 “우리도 뉴로나타 알의 임상 3상에 JRS가 첫 적용되는 데 대한 아쉬움을 FDA에 이야기 했었지만 FDA 측에서 새로 바뀐 가이드라인을 따라 JRS를 적용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 있다”며 “신약개발 약물 결과물 중 JRS를 적용해 평가한 케이스는 뉴로나타 알이 처음이기 때문에 이같은 어려움을 피력하고 뉴로나타 알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다른 데이터를 제시해 FDA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김경숙 CTO는 “임상 2상과 3상 결과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오늘(18일)부터 회사 연구소가 확인 중”이라며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과거 다른 루게릭병 신약 개발을 총괄했었던 한 임상 전문가는 이번 톱라인 데이터에 대해 “ALSFRS-R을 주평가 지표로 했던 임상 2상 결과에서 뉴로나타 알이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JRS는 ALSFRS-R과 생존율 분석을 통합해 평가한 지표이므로, 이번에 나온 톱라인 데이터만으로는 임상 3상에서의 ALSFRS-R 점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ALSFRS-R 점수가 3상에서도 유의미했다면 향후 회사가 신약 허가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환자 수와 임상시험기관의 수가 늘어나면 여러 요인들로 인해 기존 임상시험에서 보였던 대조군과 임상시험용 의약품 간 효력 차이가 달라지는 현상들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이로 인해 3상에서 ALSFRS-R 점수 자체가 낮아졌을 가능성, 생존율 개선이 유의미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지금으로서는 배제할 수 없어 자세한 결과가 공개돼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뉴로나타 알의 임상 2상 환자 수는 64명, 임상 3상 환자수는 126명으로, 3상을 설계하면서 환자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임상시험 기간도 늘어났다. 기존에 코아스템켐온이 ALSFRS-R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한 임상 2상은 추적관찰기간이 4개월과 6개월이었을 때였다. 반면 임상 3상에서의 추척관찰기간은 첫 투약 후 36개월로 늘어나 임상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ALSFRS-R 점수가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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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표 미충족에도 허가된 루게릭藥 여럿…세부데이터가 운명 가를 듯
아밀릭스 파마수티컬스(AMLX)의 ‘렐리브리오’(성분명 페닐부틸산나트륨·우르소독시콜타우린) 역시 지난 2022년 임상 2상에서 ALSFRS-R을 기준으로 한 1차 유효성 평가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2상 연구 추가 분석을 통해 평균 10.6~18.8개월의 생존효과를 입증해 FDA의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렐리브리오 조건부 허가 당시 FDA는 요약보고서를 통해 “효과 근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루게릭병 특성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불확실성은 수용할 수 있다. 위험보다 이점이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장 최근 FDA의 허가를 받은 바이오젠의 ‘칼소디’(성분명 토퍼센)는 루게릭병 환자 중 2%에 해당하는 SOD1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 중 일부에게 제한적으로 허가를 받은 바 있다.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기반으로 승인된 최초의 루게릭병 치료제이기도 하다. 당시 칼소디도 3상의 1차 평가변수인 ALSFRS-R에서 위약 대비 유의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으나, 2차 평가변수였던 뇌척수액의 SOD 단백질양 감소, 신경학적 손상지표인 신경섬유 경쇄 수치 감소 등의 효과를 내세워 신약으로 허가됐다.
지난 2022년 코아스템켐온이 발표한 PMS 분석 결과에 따르면 뉴로나타 알을 투여한 환자 247명 중에서 사망하거나 사망에 준하는 처치가 발생한 조사대상자 55명을 포함한 192명에서 생존기간 중앙값이 81개월로 집계됐다. 위약대조군 2912명의 생존기간 중앙값은 13.75개월이었다. 뉴로나타 알을 투여한 환자들이 위약대조군보다 67개월여(약 5.6년) 더 생존한 셈이다. 회사는 이를 근거로 뉴로나타 알의 생존효과를 높게 평가해왔다.
다만 뉴로나타 알이 임상 2상에서도 전체생존기간(OS)에서는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점은 향후 생존효과로 약효를 주장할 때 우려할만한 지점이다. OS는 환자가 치료를 시작해 사망할 때까지의 기간을 측정한 수치다. 뉴로나타 알 임상 2상에서의 캐플란-마이어(Kaplan-Meier) 생존 분석 결과 p값이 0.487였는데 이는 보통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p값인 0.05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임상 2상에서의 OS는 임상시험 내 대조군 대비 뉴로나타 알 투약군의 생존율을 본 것이지만 PMS 데이터에서는 외부대조군과 뉴로나타 알 투약군을 비교한 것이기도 하다.
임상 전문가는 “칼소디의 경우 처음부터 루게릭병 환자 중에서도 극소수의 환자군을 타깃으로 임상을 설계해 진행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전체 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던 뉴로나타 알과 같은 선상에서 다루기는 어렵다”면서도 “현재 루게릭병은 미충족 수요가 높고 이에 대한 FDA의 스탠스도 전향적이므로 약물(뉴로나타 알)이 어느 정도의 경향성만 제대로 보여준다면 신약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해볼 수 있다. 3상 세부 데이터가 어떻게 나왔는지, 향후 회사가 그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서 FDA를 설득할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뉴로나타 알의 기술수출 계획 등이 지연될 수 있어 추가 자금조달 필요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유·무상 증자를 제외하고 비용 절감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년 3월 최종적인 임상 최종결과보고서(CSR)를 수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늘을 기점으로 생존기간을 비롯해 추가적으로 임상 3상 내용을 분석,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