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 격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 부활을 향한 강력한 의지 및 이에 따른 TSMC 유치 성공 등이 맞물린 결과다.
|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모리스 창 창업자가 24일 일본 구마모토현 제1공장 개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구마모토 공장 건설은 일본 반도체 생산의 르네상스가 될 것”이라며 “일본과 세계의 반도체 제조를 강인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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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로이터통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를 비롯해 최소 9개의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에서 공장을 건설하거나 사업을 확장했다. TSMC의 협력사인 마케테크, 피네스테크놀러지, 유니칩 등이 대표 사례다. 이들 기업은 TSMC와의 협업 목적도 있지만, 일본의 반도체 산업 전망을 좋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 및 이에 따른 디커플링을 자국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막대한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앞세워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에 나섰다. 일본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절반에 달했지만 지금은 10%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일본 정부는 해외 반도체 기업이 자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최대 50%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되, 일본에서 반도체를 10년 이상 연속 생산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공장 건설이 확정되기만 한다면 10년 동안은 반도체 산업 부흥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일본 내 반도체 관련 매출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5조엔(약 132조 8000억원)으로 불리겠다는 목표다. 일본 정부는 또 반도체 기업의 법인세를 최대 20% 감면해주고, 적자를 내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적용 시기를 최장 3년까지 늦춰주는 이연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바탕으로 TSMC에 심었던 첫 씨앗이 전날 구마모토 제1공장 개소식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 일본 정부가 설비 투자액의 41%, 약 4760억엔(약 4조 214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한 영향이 컸다. TSMC는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제2공장도 짓기로 했으며, 최첨단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제조를 위한 제3공장 건설도 저울질하고 있다. 제2공장엔 약 7300억엔(약 6조 4630억원)의 보조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TSMC 유치에 성공하면서 다른 대만 반도체 기업들도 줄줄이 일본을 향하고 있다. 대만의 팹리스 반도체 제조업체인 알칩 테크놀로지는 중국에 있던 연구·개발(R&D) 엔지니어 상당수를 일본, 대만, 북미 지역으로 옮겼다. 대만 반도체 설계업체 이메모리 테크놀로지는 2년 전 일본 도쿄 인근 요코하마에 사무실을 열고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파워칩은 일본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54억달러(약 7조 2000억원) 규모의 공장을 일본에 건설하기로 했다.
대만 기업뿐 아니다. 미국 마이크론도 일본 히로시마에 최대 5000억엔(약 4조 43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 보조금으로는 투자액의 40%인 약 2000억엔(약 1조 7700억원)이 지원된다. 로이터는 TSMC를 비롯한 해외 반도체 기업들의 일본 진출과 관련해 “성실하고 유연한 근로 문화, 넉넉한 정부 보조금, 엔화 약세에 따른 비용절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 TSMC의 일본 구마모토 제1공장 개요(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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