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A0”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통해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해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이 매긴 점수다. 대체로 안정감 있게 각 나라 재무장관들과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는 점, 지속적으로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다른 국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점 등이 높은 점수를 준 배경이다.
이번 출장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도 냈다는 게 기재부 안팎의 평가다.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선 우리나라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부동산 대책 등 적극적 거시정책 조합이 세계경제 회복에 기여하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끌어냈다. G20이 발표한 커뮤니케(공동선언문)에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은 적극적 거시경제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는 내용이 언급되기도 했다. 은성수 국제경제관리관은 “보통은 미국, 일본, EU 정도만 언급되고 나머지 국가들은 잘 안쓰는데, (한국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현오석 경제부총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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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풀면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상황에서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 주위를 환기시킨 것도 성과 중 하나다. 현 부총리는 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김용 세계은행 총재, 제이콥 류 미국 재무장관,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 등과 연이어 회동을 갖고 “선진국 양적완화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 등이 이번 회의에서 심도있게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하루 평균 8개 이상의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친 결과, G20은 공동선언문에 “선진국의 지속적인 통화 확대정책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부정적 파급효과’에 유념하겠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최희남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지난 2월 모스크바 재무장관회의 때와는 달리 이번 커뮤니케에는 ‘유념하겠다 (mindful)’는 표현을 썼다”며 “공동성명에 이런 표현을 쓴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고, 수위도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IMFC(국제통화금융위원회)는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더 강력한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포함시켰다. 선언문을 통해 “완화적 통화정책이 글로벌 자본이동 및 환율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한해야 하며, 향후 신중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 이와 함께 자본이동관리 방안을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도 인정했다. 현 부총리는 신흥국들이 자국 경제 여건에 맞게 자본이동관리 방안을 보다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본이동관리도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부총리의 데뷔전이 아쉬웠던 측면도 있다. 특히 G20의 공동선언문 발표를 앞두고 면죄부를 받았다는 식으로 여론을 만들어간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의 ‘자의적 해석’에 대해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적완화 정책의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끌어낸 점,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국제사회에 알린 것이 이번 출장을 통해 얻은 성과”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