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고온과 한파, 폭우, 대형 산불 등 세계 각지의 이상 기후현상이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게 된 지 오래다.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 환경보호 캠페인 차원이 아닌 인류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번영의 문제로서 우리에게 경제·산업적 차원의 근원적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탈화석 연료 전환을 담은 COP28 합의문 채택,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지속가능성 및 기후 공시 표준안 발표, EU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은 기후변화 대응이 전 사회·경제 주기적인 관점에서의 핵심 이행 과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 있어 핵심 이슈 중 하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의 실현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중후장대 업종인 철강산업 역시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공정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현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업계에 관련 예산을 지원 중이다.
그런데 최근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 연구개발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신진 R&D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철강협회(2022)에 따르면 국내 7대 주요 철강업체로만 한정해도 2027년까지 필요로 하는 석박사급 전문 R&D인력은 500여 명을 상회하는데 철강금속을 전공한 석박사급 전문인력배출 예상 수는 그보다 크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동근 국립순천대학교 첨단신소재공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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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작년부터 산업혁신인재성장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친환경금속소재산업 전문인력양성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철강협회와 6개 대학, 30여개 주요 철강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있음에도 본 사업에서 5년 간 배출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100여 명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전라남도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광양제철소가 위치해 있고, 산업부문 온실가스배출량 전국 1위(24.6%, 2021년 기준) 지역인데도 타 산단 지역보다도 먼 대도시권과의 거리, 생활 인프라의 상대적 부족으로 인해 신규 전문 연구개발인력 확보에 있어 어려움이 크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 인력 양성 기반 투자는 전통적 중후장대 제조업이 주로 분포한 지방 산단 지역에서 근속하기 적합한 인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방 산단 지역에서는 수도권 등 타 지역 출신 인력의 확보 및 운용에 애로가 큼을 인정하고, 그대신 해당 지역 출신 인재를 인근 대학 등 해당 지역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이는 전통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진 비수도권 지방 산단 지역의 친환경화, 지속가능성 제고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정부와 업계는 현재 진행 중인 인력양성사업을 호남, 충남 등 국내 주요 철강 산업단지별 우량 기업이 소재한 인접 지역 대학 석박사생과 밀착해 협력 프로젝트 구조 중심으로 확대 개편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 중후장대 제조업의 탄소 감축 기술 개발을 위한 지역 기반 산학협력 인력양성체계, 소위 ‘지산학 네트워크’의 구축이 우리나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하에 관련한 정책적 조치가 조속히 실행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