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만큼 `예민하게` 챙기는 지표는

재정부 "분배 악화와 대기업 집중도 심화" 우려
노동소득분배율 낙폭 확대..`대기업 집중`도 부담
  • 등록 2011-04-19 오전 9:48:33

    수정 2011-04-19 오전 9:48:33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정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 못지않게 우려하는 경제 지표는 무엇일까?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물가 대란 속에 우리 경제 취약계층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소득분배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고, 경제의 성장과실이 대기업에게 쏠리고 있다는 점은 정부로서도 뼈아프다"고 털어놨다.

즉 경제회복 흐름은 공공하게 다져지고 있지만, 분배가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회복의 열매는 기업이 누리고 있다는 점을 정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 노동소득분배율 36년만에 최대 하락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0년 국민계정을 보면 지난해 우리 경제는 1인당 국민총생산(GNI)이 3년 만에 2만 달러로 복귀하면서 세계 10대 부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뼈아프다고 할 정도로 우려되는 대목이 많다.   우선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의미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이 3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노동소득분배율은 59.2%로 전년(60.9%)보다 1.7% 포인트 하락했다. 1974년 1.8% 포인트 하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은 노동의 대가로 가계에 분배되는 급여인 피용자보수 증가율이 기업에 돌아가는 몫을 의미하는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낮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16.4%로 피용자보수 증가율 6.9%의 두 배가 넘었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별로인 이유는 명쾌하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 호황이 경기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제조업은 14%대에 성장한 반면 소비자들의 경기 체감을 읽을 수 있는 서비스업은 3%대 성장에 그쳤다. 또 수출과 내수 모두 성장했지만, 수출 성장률이 15.8%로 내수 성장률(4%대)을 크게 웃돌았다.   ◇ 경기회복 수출 견인..대기업 집중도 우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속칭 대기업 집중도라 부르는 CR(Concentration Ratio) 지표도 상위 대기업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CR은 말 그대로 상위 몇몇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합한 것을 말하며, CR1, CR2, CR3, CR4 등으로 표시한다. 즉 CR1은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말한다. CR2는 1위와 2위의 시장점유율을 합한 것, CR3는 1~3위의 시장점유율을 합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CR, 즉 상위 3대 기업의 시장점유율 합계로 시장이 경쟁적인지, 독과점인지를 판별한다. 대개 CR1(1위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면 독점(Monopoly), CR2(1위와 2위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면 복점(Duopoly), CR3(1위부터 3위까지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면 과점(Oligopoly)으로 해석한다.   한편 CR4(1위부터 4위까지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90% 이상이면 독점적 시장 , 40% 이하이면 경쟁적 시장이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매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산업별 시장집중도를 분석해 발표한다. 2010년 12월에 발표된 `시장집중도 조사 및 독과점 고착산업 분석 결과` 자료에 따르면 CR3(상위 3대 기업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46개 산업이 독과점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흔히 보는 정유, 승용차, 담배, 라면, 맥주, 커피 등도 대표적인 독과점 시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 호황이 경기를 견인하면서 대기업은 경제 성장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성장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 불거지고 있다"며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대기업 집중도가 커지는 지표가 정부에 던진 충격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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