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시간) 에너지 전문 리서치 업체 블룸버그NEF의 연간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조사에 따르면 올해 평균 팩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139달러로, 2022년 kWh당 161달러 대비 14% 하락했다. 이는 2018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난 수년 간 기술 혁신으로 배터리 가격이 하락한 것과 달리 올해는 원자재 가격, 특히 리튬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원자재 및 부품부터 배터리 셀, 팩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공급망 전반에 걸쳐 생산 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도 가격을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이외에도 전기차 및 배터리 수요 위축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지역별로는 중국에서 kWh당 126달러로 가장 저렴하며, 미국과 유럽에선 중국대비 각각 11%, 20%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의 성숙도, 생산 단가, 다양한 응용분야 및 배터리 수입 등이 반영된 결과다.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가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이 지역의 토지 가격, 인건비, 에너지 비용 등이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에 대응해 미국과 유럽에선 세제 혜택 및 보조금 등으로 가격을 낮추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 사례다.
배터리 가격 하락은 최근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고 제조업체들 간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생산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더욱 치열한 가격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는 “각 국가들이 배터리 공급망을 현지화하려고 노력함에 따라 지역별 배터리 가격 역학 관계는 향후 몇 년 동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유럽 등지에서 배터리 제조가 현지화하면 단기적으론 현지 배터리 가격이 상승할 수 있겠지만, 산업이 성숙해질수록 결국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배터리 단가를 더욱 낮추기 위해서는 용량 확장, 연구·개발(R&D), 제조 공정 개선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