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차 배터리 가격 14%↓…원자재값 하락·수요감소 영향

올 평균 가격 kWh당 139달러…작년 161달러比 14%↓
2018년 이후 최대 낙폭…"리튬 등 원자재값 하락 영향"
전기차 수요도 위축…"中 공급만으로 세계 수요 충족"
장기적으로 하락 지속…2027년 100달러선 붕괴 전망
  • 등록 2023-11-27 오전 10:12:34

    수정 2023-11-27 오전 10:12:3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가격이 올해 14% 하락, 2018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사진=AFP)


26일(현지시간) 에너지 전문 리서치 업체 블룸버그NEF의 연간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조사에 따르면 올해 평균 팩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139달러로, 2022년 kWh당 161달러 대비 14% 하락했다. 이는 2018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난 수년 간 기술 혁신으로 배터리 가격이 하락한 것과 달리 올해는 원자재 가격, 특히 리튬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원자재 및 부품부터 배터리 셀, 팩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공급망 전반에 걸쳐 생산 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도 가격을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이외에도 전기차 및 배터리 수요 위축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블룸버그는 “올해 하반기엔 차입비용 증가(금리상승) 및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배터리 생산량만으로도 글로벌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과잉 상태”라며 “이에 따라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생산 목표를 축소하고 있으며, 배터리 제조사들은 공장 가동률을 낮춰 최대 생산 능력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별로는 중국에서 kWh당 126달러로 가장 저렴하며, 미국과 유럽에선 중국대비 각각 11%, 20%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의 성숙도, 생산 단가, 다양한 응용분야 및 배터리 수입 등이 반영된 결과다.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가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이 지역의 토지 가격, 인건비, 에너지 비용 등이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에 대응해 미국과 유럽에선 세제 혜택 및 보조금 등으로 가격을 낮추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 사례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블룸버그NEF는 2올해 리튬이온 배터리 평균 팩 가격이 kWh당 133달러까지 하락하고, 2027년엔 kWh당 100달러선마저 무너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배터리 가격이 2022년 대비 40% 가량 떨어지고, 이후 연간 11%씩 하락해 2030년엔 kWh당 72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배터리 가격 하락은 최근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고 제조업체들 간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생산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더욱 치열한 가격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는 “각 국가들이 배터리 공급망을 현지화하려고 노력함에 따라 지역별 배터리 가격 역학 관계는 향후 몇 년 동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유럽 등지에서 배터리 제조가 현지화하면 단기적으론 현지 배터리 가격이 상승할 수 있겠지만, 산업이 성숙해질수록 결국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배터리 단가를 더욱 낮추기 위해서는 용량 확장, 연구·개발(R&D), 제조 공정 개선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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