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안혜신 기자] 미국 고용지표 후퇴에 따른 ‘R의 공포(Recession,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기업의 단기 자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기 전까지는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변동성에 대응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고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하면 그때부터 장기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인하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금조달 단기화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지난 2일까지 회사채는 3조5108억원 순상환을 기록했다. 순상환은 회사채 상환 금액이 발행 금액보다 많았다는 것으로, 하반기 들어서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빌린 돈을 갚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소리다.
반면 단기 자금을 의미하는 기업어음(CP)은 같은 기간 2조6644억원 순발행을 기록했다. 기업이 장기 자금인 회사채를 갚으면서 신규 자금 조달은 단기로 짧게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 들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이 장기 자금인 회사채보다는 우선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며 분위기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대출 의존도도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2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약 715조원으로 전분기 687조원 대비 4.1% 늘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은 일반적으로 장기 자금 조달을 선호한다.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때 최대한 길게 자금을 조달해두고 불확실한 시기를 버티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은 불확실성과 함께 당장 내달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만큼 우선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금리 인하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자금 조달 관계자는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매각 위험을 감수하고 회사채 발행에 나설 이유가 없다”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유효한 만큼 단기차입금을 통해 조달 전략을 유연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