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른바 무라야마담화의 ‘4대 키워드’(식민지 지배, 침략, 사죄, 통절한 반성)와 위안부 등 핵심 단어는 모두 나왔지만, 속시원한 사죄나 명확한 표현은 없었다.
과거 아베 총리의 각종 담화와 발표문에 이같은 내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베 총리의 고심의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우리로서는 석연치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대키워드’ 다 들어갔는데 뭐가 문제였나
예를 들어 사죄와 반성의 경우 과거형으로 언급하고, 미래 세대가 과거 침략에 대해 계속 사죄할 필요는 없다고 밝혀 사실상 이번 담화를 통해 사죄의 뜻을 밝힌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기분을 표명해 왔다”며 “일본은 역사를 직면해야 하지만 미래 세대(전후세대)는 사죄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또 침략과 식민지배를 행한 주체(일본)와 피해자(중국, 한국)가 빠진 문장들로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한 사과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내용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아베 총리가 한발 물러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그동안 과거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침략이나 식민지지배 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상황이 애매하게 됐다. 충분한 사과를 받았다며 두팔 벌려 환영하기엔 부족하지만 과거 담화에 비해 진일보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정부가 한일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기조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선방했다”며 부분적으로 평가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 연구실장은 앞서 아베담화 발표 전 “아베 총리 입장에서도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인 압박이 있기 때문에 뭔가 성의를 보일 필요성은 느낄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표현을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키워드를 넣어 간접적인 표현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김 연구실장은 “이 경우 어느 정도 성의를 보였다고는 할 수 있다”며 “9월부터는 한미일, 한중일 차원의 협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일 관계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와 외교·안보 차원에서 한미일 공조, 한중일 정상회담 추진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도 아베담화 발표 직후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담화문”이라며 “아베 담화에 담긴 다소 장황하고 모호한 표현에 집착하기보다는 앞으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진정성 있는 반성과 평화를 위한 실천적 노력을 보여주기를 지속적으로 촉구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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