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모해위증' 무혐의 결론…박범계-조남관 엇갈린 '명암'

朴, 수사지휘권 '헛발질'…趙 '고검장 묘수'로 檢 지켜내
법무부, 늦어도 22일 대검 결론 수용 여부 밝힐 듯
법조계 "朴, 수용할 것…일방적 결론이라 불수용시 역풍 우려"
‘합동 감찰’ 변수엔 "10여 년 전 사건, 징계 어려워"
  • 등록 2021-03-21 오후 5:20:05

    수정 2021-03-21 오후 10:01:38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대검찰청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무혐의로 최종 결정하고 이를 법무부에 보고한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무리하게 행사했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반면 박 장관이 지시한 부장검사 회의에 고검장을 참여시키는 묘수를 통해 검찰을 지켜낸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리더십은 새삼 부각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대구지검 상주지청을 방문했다.(사진=연합뉴스)
대검은 21일 “어제(20일) 대검 부장회의를 거친 ‘한 전 총리 관련 모해위증 의혹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정하고 이를 법무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검은 지난 5일 해당 사건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사건 처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지난 17일 대검 부장회의에서 사건을 재심의하라는 취지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박 장관의 대검 부장회의를 지시한 것과 관련, 대검 부장 7명 중 ‘친(親)정부’ 성향으로 평가 받는 인사가 4명에 달해 표결까지 갈 경우 기소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조 대행은 박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도 고검장들을 논의에 참여시키겠다고 했다. 대검 예규상으로도 문제가 없는 제안이었기에 박 장관은 이를 수용했다.

지난 19일 대검은 조 대행 주재로 대검 부장 7명과 전국 고검장 6명이 참석한 대검 부장·고검장회의를 열었다. 약 13시간의 마라톤 회의는 ‘혐의 없음’을 최종 의결했다. 조 대행 포함 회의 참석자 14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고, 2명은 기권, 2명은 기소 의견을 냈다.

6600쪽에 달하는 감찰 기록을 직접 확인하고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한 박 장관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미 대검이 무혐의로 결론 내린 사건을 재검토하라고 했으나 결과가 바뀌지 않은 것은 물론, 기소 의견이 2명에 부과해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받는 인사들도 불기소 판단에 가세한 셈이기 때문에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게 됐다. 이에 따라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무리하게 행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면 조 대행의 리더십은 주목받게 됐다. 우선 조 대행은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하면서 법무부와 대립을 피했다. 하지만 대검 부장 회의에 고검장을 참여시키는 ‘묘수’를 통해 결과적으로 기존 대검의 무혐의 결정을 유지함으로써 검찰 신뢰의 추락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장관은 늦어도 22일 대검 결정 수용 여부 등을 밝힐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박 장관이 대검 결과를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결과를 수용하지 않으면 결국 기소하라는 것인데, 회의가 일방적인 결과를 내놨기 때문에 역풍이 불 수밖에 없다”며 “박 장관은 결과를 뒤집을 만한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국민에게 큰 혼란을 야기했고, 장관으로서 국민에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합동 감찰’이 검찰과 법무부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법조계에선 ‘의미 없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10여 년 전 사건이기 때문에 징계 대상이 될 수 없는데, 감찰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갈등까지 가지 않을 사안”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박 장관은 사건 재심의와는 별개로 법무부 감찰관실·대검 감찰부가 함께 당시 수사팀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있었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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