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위안 2.8% 오르는 사이 원·달러 13.8%↑
29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원·위안 환율은 201.74원으로 전일대비 0.72원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던 2022년 9월 30일(202.28원) 이후 약 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위안 환율은 올해 초만 해도 180원대를 유지했으나 하반기 갈수록 급격히 상승했다. 결국 2022년 이후 처음으로 200원대를 돌파하며 위안화대비 원화 약세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올해 1월 1일보다 원·위안 환율은 현재까지 10.8%나 상승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 크다. 연준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전망치를 나타내는 점도표를 통해 내년 기준금리 인하(0.25%포인트로 가정) 횟수를 기존 4차례에서 2차례로 줄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당분간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상대적으로 원화 등의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위안화는 중국 인민은행이 사실상 매일 기준환율을 고시하며 적극 관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환율에 개입하기 힘든 우리와 차이가 크다. 다만 최근 원화 약세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불안이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시계열을 좁혀보면 비상계엄과 탄핵이 이뤄진 12월 달러·위안 환율은 고작 0.3% 올랐지만 원·달러 환율은 2.7%나 상승했다. 한국 국정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국제사회에서 신인도가 크게 낮아진 것이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과 달리 시장 매커니즘에 따라 움직여 환율 하락에 대한 정책 대응이 다르다”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 하방 압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중 수입 의존도 커져, 무역적자 확대 우려
반대로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의 경우 매출이 증가하는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한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전체로 보면 부정적 여파가 더 크다.
작년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마이너스(-) 181억달러(약 26조7000억원)로 1992년 후 처음 적자 전환했다. 올해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제품을 밀어내듯 수출하는 중국 압력에 밀려 대중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원화보다 위안화가 강세를 이어가면 무역적자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 관계자는 “달러화로 거래하는 업체가 많고 환 헷지(위험 회피)도 하고 있어 당장 큰 피해는 없지만 위안화 상승폭이 커지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피해받을 수 있다”며 “환율 외 미·중 갈등, 중국의 공급 과잉 등도 문제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위안화가 아닌 원화로 월급과 체류비를 받는 주재원이라면 당장 실질 임금이 깎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베이징에 살고 있는 주재원 A씨는 “정산기준일 이후 치솟은 환율은 반영되지 않아 이미 체류비 자체가 줄었다”며 “집값, 교육비 탓에 한국 계좌로 지급되는 급여까지 가져다 쓰는데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공공기관의 경우 직원 체제비는 위안화로 주지만 전체 인건비는 국내 정부로부터 원화로 지급받는다. 위안화가 오르면 이미 받은 원화에서 인건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예산 운용이 제약받게 된다.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유학생들도 걱정이 늘었다. 베이징에서 다니고 있는 유학생 B씨는 “비상계엄이 터지자 ‘위안화 환율이 오를 수 있다’면서 곧바로 환전을 한 친구들도 있었다”며 “중국 대학은 보통 1년치 등록금, 기숙사비 등을 한번에 내는데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