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탐색 도와 학습 의욕 고취
은광여고와 분당중앙고의 공통적인 특징은 철저한 자기주도학습(자율학습) 관리에서 찾을 수 있다.
180석의 자율학습실을 갖춘 은광여고는 분기별로 학생들에게 ‘자율학습 계획표’를 받아 고정좌석제로 운영했다. 고정좌석제를 바탕으로 출석부를 만들어 출결 사항을 체크하고 나쁘면 중간에라도 퇴출했다. 반면 성실하게 자율학습실을 이용한 학생에게는 상을 줘 자연스럽게 면학 분위기를 유도했다. 분당중앙고도 70석 정도의 고정좌석제 자기 주도 학습실을 운영하고 있다. 주말과 방학에도 자율학습실을 개방하고 감독해 학생들에게 학교에 오면 ‘365일 공부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도 두 학교의 공통점이다.
만점자인 은광여고 김현지(18)양은 “자율학습실의 시설이 독서실 못지않게 뛰어나고 선생님들이 직접 감독해 분위기도 좋다”고 말했다. 최영숙 분당중앙고 교장은 “경기도 지역은 서울보다 학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자율학습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충분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높인 점이다. 분당중앙고는 1학년 때부터 진로스터디 그룹을 운영해 자신의 적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은광여고는 7개 분야로 진로를 나눠 토요일마다 해당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이에 대한 조별 토론과 연구 발표를 하는 ‘토요아카데미’를 실시했다. 사공숙 은광여고 3학년 부장교사는 “전문가 강의를 듣고 토론과 연구 발표까지 연결되면 학생들의 목적 의식과 방향성이 뚜렷해 질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의 학습 의욕에도 많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소지 금지… 면학 분위기 조성”
분당중앙고는 학생투표를 통해 올해부터 아예 휴대폰을 학교에 갖고 오지 않기로 했다. 휴대폰 사용이 적발되면 2차 경고 때부터는 학부모 상담을 했다. 종전에도 등교 시 휴대폰을 수거했지만 단속을 피한 일부 학생이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휴대폰을 몰래 쓰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효과는 컸다.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학생이 크게 줄었고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다. 노소영 분당중앙고 3학년 부장은 “학교에서 휴대폰이 완벽하게 사라지자 학습 분위기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또 학생들이 스마트폰이 아닌 친구들과의 대화도 훨씬 늘어 학교가 학교다워졌다”고 말했다.
만점자들 ‘아는 내용도 수업 시 집중’
수능 만점자를 옆에서 지켜본 교사들은 모두 “수업 태도가 정말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선행학습을 많이 한 일부 학생은 학교 수업을 ‘모두 안다’는 이유로 소홀히 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분당중앙고의 한 교사는 “만점을 받은 학생들은 사실 수업시간에 대부분 아는 내용을 배웠을 것 같다”며 “그럼에도 한 번도 졸거나 딴짓하는 모습을 못봤다”고 전했다. 은광여고 교사들도 만점자에 대해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방과후 활동도 참 열심히 한 학생들”이라고 칭찬했다.
만점자인 분당중앙고 정재훈(18)군은 “수업시간에 아는 내용도 있지만 모르는 내용도 많고 수업시간에 눈치 보면서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수업을 열심히 들은 게 고3때 과학학원만 다니고도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광주 분당중앙고 수학교사는 “만점자 모두 교과서와 학교수업이라는 ‘기본’에 충실했기에 수능에도 좋은 결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설현수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계속 일반고가 수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특목고와 자사고를 제치고 약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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