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法 "법인세 감면 안 돼"

신한금융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원고 패소 판결
신한, 적대적 M&A 거들었다 손해배상금 200여억 지급
세무당국, 해당 금액 법인세 손금불산입 처분
法 "은행 적법 업무 벗어나…손금 인정 요건 아냐"
  • 등록 2020-06-15 오전 9:30:00

    수정 2020-06-15 오전 9:34:2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기업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은 법인세 신고시 손금에 산입(법인세법상 비용이지만 회사는 비용처리 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는 신한금융지주가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


신한금융지주의 소송은 2016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진 수백억대 민사소송에서 비롯됐다.

엄모씨는 지난 2005년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대표 이모씨의 도움을 받아 A제지회사를 인수한 뒤 부회장에 취임해 경영권을 단독으로 행사했다. 이후 이씨는 엄씨가 명의신탁한 A사 주식 반환을 거부하고, 주식 상당수를 신한은행에 매각했다. 신한은행의 자본력을 이용해 A사를 인수합병(M&A)하려한 B사와 함께 엄씨의 경영권을 뺏으려는 의도에서였다.

신한은행은 A사 발행주식 중 280만주(11.7%)를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하고,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경영권 분쟁에 직접 개입했다. 적대적 M&A가 이뤄지면서 결국 엄씨의 경영권은 B사로 넘어갔다.

이에 엄씨는 경영권을 부당하게 빼앗았다는 이유로 2009년 신한은행과 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신한은행의 책임을 인정해 “150여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신한은행은 엄씨에게 200여억원을 지급하고 법인세 신고 시 이 금액을 손금 산입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신한은행을 상대로 한 법인세 통합조사에서 해당 금액을 손금불산입 처분, 신한은행 측에 가산세 포함 57억여원 상당의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엄씨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을 손금불산입한 부분은 위법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지난해 1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지출금은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해 한쪽 편에 가담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은행의 적법한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이 사건 손해배상금은 사업 관련성, 통상성 및 수익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질서를 위반한 불법행위로 인해 지출하게 된 손해배상금은 법인세법이 정한 손금 인정 요건으로서의 비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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