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하상렬 기자] 지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부진 심화로 상품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낸 데다, 본격적인 해외여행 재개로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당분간 경상수지는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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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 적자폭이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11월 2억2000만달러 적자에서 12월 배당소득 수지 증가 등으로 힘겹게 흑자(26억8000만달러) 전환에 성공했지만, 두 달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상품수지가 74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는 지난해 10월 9억5000만달러 적자로 전환한 뒤 11월(-10억달러)과 12월(-4억8000만달러)에 이어 1월까지 4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상품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6년 1월부터 1997년 4월까지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반도체와 철강제품 등을 위주로 수출(통관기준)이 5개월째 감소(전년동월대비)한 것이 상품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상품수지 적자 규모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다.
서비스수지 적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서비스수지는 32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1월(-8억3000만달러)과 비교해 적자 폭이 24억4000만달러나 커졌다. 운송수지 흑자폭이 축소된 가운데 해외여행 확대로 여행수지 적자 규모가 지난해 1월 5억5000만달러에서 올해 1월 14억9000만달러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2∼4월 3개월간 반짝 흑자를 나타냈지만, 이후 5월부터 9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달은 8월(-29억1000만달러), 11월(-2억2000만달러) 등 두 번 뿐이었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적자 늪에 빠졌다. 게다가 2월 경상수지도 적자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501억달러로 전년동월대비 7.5% 감소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2월 수출액은 59억6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42.5% 급감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가 차지하는 비중, 서비스수지 적자 고착화 등을 감안하면 2월 경상수지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겨울방학 등의 영향으로 2월 여행수지 적자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면서도 “2월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한 뒤, 소폭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 전환은 상반기말에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연간 경상수지 흑자 폭도 예년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겨울철이 지나면서 에너지 수입액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중국 수요 개선 등의 영향으로 수출도 하반기부터는 흑자 전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도 “2월에는 무역수지 적자가 상당 폭 줄어 상품수지와 경상수지가 균형 수준에 가깝게 올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