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요? 황금연휴도 우리에겐 긴장의 연속이죠”

24시간 비상근무 나선 산림청 중앙산불대책본부
올들어서면 294건 산불 발생해 207ka 산림 피해
퇴근후에도 산불 나면 회사로 복귀하는 생활 반복
"어린이날도 집에 못가지만 소중한 산 지킬 수 있어 행복"
  • 등록 2016-05-05 오후 4:00:00

    수정 2016-05-05 오후 4:00:00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이런 황금연휴 기간에는 가족들에게 더 죄인이 되는 느낌이죠.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묵묵히 상황실을 지켜야죠.”

4일간의 황금연휴를 즐기기 위한 행락객들이 전국의 유명 관광지와 산으로 몰려들고 있던 5일 오후 2시, 정부대전청사 산림청 중앙산불대책본부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지난 3일 전국에 내린 비로 건조했던 산과 숲이 촉촉히 젖었지만 함께 찾아온 강풍 탓에 작은 불씨도 큰불로 번질 수 있어서다. 겨울에 이어 봄 가뭄이 계속되자 2월부터 시작된 산불 조심 기간은 오는 15일까지다.

산림청 중앙산불대책본부에 근무하는 박도환 산불방지과장과 김종길 행정사무관, 김인호 임업사무관, 차준희 임업사무관 등 직원들은 한시도 전국의 주요 산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산림청 산불방지과에 근무하는 12명의 직원들은 2개조로 나눠 이번 연휴 기간 중에도 격일씩 모두 투입된다.

이들은 또 나흘에 한번은 24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 강행군이 지난 2월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불만이나 불평을 늘어놓지 않는다. 박도환 산불방지과장은 이 기간에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채 매일 출근했다.

오후 6시가 넘어서면서 서서히 피곤과 함께 배고픔이 몰려들지만 오히려 상황실 내 긴장감 더 높아진다. 일몰이 시작되면 산불진화 어려움이 커지기 때문이다.

산림청과 전국에 산재해 있는 5개의 지방산림청, 지방자치단체 직원들이 위험지역에 대한 사전예방 조치를 완료했지만 산불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상황 모니터를 바라보는 직원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이유다.

지난 3월 30~31일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산불에서도 산림청 소속 소방헬기와 지방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 직원들이 대거 동원됐지만 60㏊의 산림이 손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 지난 3, 4월에는 경상과 강원, 경기도 등에서 최대 하루 20건 이상의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하면서 헬기 등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지는 등 심각한 상황까지 몰리기도 했다.

김종길·김인호·차준희 사무관은 “퇴근한 후에도 산불이 발생했다는 메시지가 뜨면 다시 상황실로 돌아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산불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어린이날, 어버이날에도 집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지만 우리와 같은 공직자들이 있기에 소중한 산을 지킬 수 있다는 자부심에 후회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모두 294건의 산불이 발생, 207㏊의 피해를 입는 등 산불은 수십년간 우리가 소중하게 심고, 가꿨던 산림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무서운 재앙”이라며 “논·밭두렁 소각, 담뱃불 등 사소한 부주의도 조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산림청은 산불발생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8일까지를 ‘어린이날 연휴 산불방지 특별대책’으로 정하고, 중앙·지역산불방지대책본부의 비상근무를 강화하고 있다.이 기간 중에는 산나물 집단 생육지 등을 중심으로 감시 인력을 중점 배치하고, 불법 산나물 채취자 단속을 강화한다.

또 캠핑장과 유원지, 사찰 등 산림 인접지를 중심으로 산불 예방활동을 적극 펼치고, 산불예방 캠페인과 안내방송 등을 실시하는 한편 입산통제구역과 화기물 소지 입산 행위를 중점 단속해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소속 김종길·김인호·차준희 사무관이 5일 정부대전청사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서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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