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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박사는 기업 사유화 대신 사회 환원의 책임을 강조해왔으며, 유한양행은 지난 30년간 회장 없이 직원 출신의 사장이 가능한 경영체계를 유지해 왔다. 조만간 회장직이 부활하면서 유한양행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급기야 지난 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유한양행 회장직 신설은 꼭 막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힘없는 직원이지만 이렇게라도 막아보고 싶다”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회장직 신설은 이 의장을 위한 포석으로 비춰진다.
이 같은 의혹이 일어난 데에는 이 의장이 오랫동안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의장은 2015년 21대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뒤 2021년까지 6년간 유한양행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당시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던 이 의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임 대표이사들이 임기 만료 후 회사를 떠나는 관행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고려해도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3월 개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맡아야 한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에 이 의장은 “내가 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세간의 전망은 억측”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 측도 이 의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번 회장, 부회장 직제 신설은 회사의 목표인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나아가기 위해 선제적으로 직급 유연화 조치를 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의장이 이례적으로 이사회 의장직을 오래 유지해온 것은 회사 내 임원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이처럼 임원들이 이사직 의장직을 맡아달라 한 이유는 신약개발 전략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의장은 대표이사 재임 기간에 회사 매출 규모를 60% 가량 키운 것은 물론, 기술수출을 바탕으로 회사 체질을 신약개발사로 변모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외부 기술 도입에 나서고 연구소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등 조직 문화도 대폭 바꿨다. 그의 재임기간에 유한양행의 파이프라인은 9개에서 30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이 의장의 성과는 이 의장의 대표 취임 당시 제약업계의 예상과는 반대되는 것이었다. 당시 제약업계에선 이 의장이 입사 이후 대표이사로 승진하기 전까지 37년간 영업부서를 지켜온 ‘영업맨’이라는 이력을 감안해 영업·마케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제로 이 의장은 1978년 유한양행 공채로 입사해 2002년 유통사업부 상무, 2006년 마케팅 홍보 담당 상무, 2009년 경영관리본부장 전무, 2012년 부사장 등을 거쳐왔다.
한편 이 의장의 회장 선임 여부는 내달 15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 후 확인 가능할 전망이다.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약력
△1978년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사
△2015년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석사
△1978년 유한양행 입사(공채)
△2002년 유한양행 유통사업부 상무 승진
△2006년 유한양행 마케팅 홍보 담당 상무 승진
△2009년 유한양행 경영관리본부장 전무 승진
△2012년 유한양행 부사장 승진
△2015년~2021년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2018년~2020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