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6·17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가 된 인천 검단·송도 등 수도권 지역의 은행 지점들에 잔금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른 갑작스러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하향조정으로 잔금 대출 한도가 줄어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규 투기과열지구인 검단·송도·용인·수지·수원·동탄 등의 지점에는 이 지역 아파트 분양을 받았거나 분양권을 전매해 입주를 앞둔 사람들의 전화·방문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검단·송도 등은 6·17대책 이전까지 부동산 규제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파트 중도금 대출도 대부분 LTV 60% 수준에서 가능했다. 규정상 비규제지역의 LTV는 70%였지만, 시공사들이 보통 중도금 대출 한도액을 최대 LTV 6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잔금 대출을 앞두고 이 지역들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자 LTV가 40%(9억원 이하)로 낮아졌고, 일부 입주 예정자들의 자금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보통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비율은 각 분양가의 10%, 60%, 30% 수준이다. 대부분의 입주예정자는 중도금 대출을 분양가의 60%(LTV 60%)까지 꽉 채워 받은 뒤 잔금 대출로서 LTV 70%만큼 다시 돈을 빌려 중도금 대출을 갚는다. 잔금 대출의 경우 분양가 또는 시세 가운데 하나를 골라 70%를 적용하기 때문에 분양가보다 시세가 올랐다면 더 넉넉하게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갚고도 잔금, 이사비용, 인테리어 비용 등을 치를 수 있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함께 잔금 대출 LTV로 40%를 적용받게 되면서 입주 자금계획이 꼬인 사람들이 많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소급 적용의 경우 잔금 대출을 최대 ‘중도금 범위’에서 받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자금난을 겪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분양가 4억원인 아파트를 분양받아 LTV 60%로 2억4000만원의 중도금을 대출받은 사람의 경우, 잔금을 치를 시점의 아파트 시세가 6억이고 6·17 규제가 아니었다면 잔금으로 4억2000만원(6억×0.7·은행에 따라서는 분양가 4억원까지만)까지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갚고 잔금(30% 1억2000만원)과 부대 비용 등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에는 ‘중도금 대출 범위 내’ 또는 ‘LTV 40%’ 어느 쪽을 적용해도 잔금 대출 한도는 2억4000만원이다.
| 지난 4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1번 출구 앞에서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온라인 카페 회원들이 연대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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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처럼 시세가 분양가보다 오르고, 중도금 대출을 최대한 받아 놓은 사례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만약 현재 검단 등처럼 시세가 분양가와 비슷한 경우나, 중도금 대출을 적게 받은 사람들의 자금 계획 차질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비규제지역이라 부담 없이 1주택 상태에서 해당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전매한 사람이라도 이제 잔금 대출을 받을 때 매매 시점에 따라 “6개월∼2년 안에 기존 집을 팔겠다”는 내용의 ‘추가약정’을 은행과 체결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이처럼 은행 창구에서 대출 관련 혼란이 커지자, 은행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부 지침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 발표가 먼저 나와 버렸고, 지침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그동안 창구에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없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새 규정에 따라 중도금 대출의 잔금 대출 전환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대출 부실’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위도 새 규정에 따른 대출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현황 파악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