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무죄’여도 접근금지 어기면 처벌” 대법원 판단, 왜

  • 등록 2023-06-20 오전 11:20:22

    수정 2023-06-20 오전 11:20:22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대법원이 가정폭력 행위와 관련해 무죄가 나왔더라도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보호명령을 어겼을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사진=이데일리 DB)
20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가정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B씨와 사실혼 관계로 지내고 있었다. B씨에게는 자녀 C가 있었고, A씨는 계부였다. B씨가 A씨에 대한 가정폭력을 행사한다며 2018년 2월 서울가정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은 같은 해 11월부터 2019년 5월 25일까지 피해자들의 주거 및 직장 100m 이내 접근 금지, 휴대전화 이메일로 송신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피해자보호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2019년 1월 22일 하루에만 6회가량 B씨에게 휴대전화로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등 보호명령을 어긴 혐의로 같은 해 5월 기소됐다.

이후 같은 해 8월 열린 1심에서는 A씨에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으나, 이듬해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B씨 폭행 관련 형사 재판에서 가정폭력처벌법 규정의 ‘가정폭력행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무죄가 확정됐기 때문.

2심 재판부는 “A씨는 폭행 혐의에서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가정폭력행위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보호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가정폭력처벌법상 피해자보호명령은 피해자가 스스로 안전과 보호를 위한 방책을 마련해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해서 신속하게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신설됐다”며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의 내용과 취지에 비춰 보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가정폭력행위자’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가정폭력행위자로 인정돼 보호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가 2016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협박, 폭행 등 피해를 주장하며 증거를 첨부한 점을 들어 재판부는 “(B씨가) 증거를 모아 보호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며 “A씨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가정폭력행위자로 인정돼 보호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았다면 가정폭력처벌법 63조1항2호의 보호처분 등 불이행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보호처분 등 불이행죄의 성립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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