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생산량 하향 조정 중…인프라·R&D투자 지속”
이날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63조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기 대비 매출은 10.59%, 영업이익은 86.08%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95.75% 줄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14년 만으로,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이날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를 영업이익 1조1억원, 매출액은 64조2012억원으로 집계했다.
대응책으로 ‘메모리 감산’ 카드를 내놨다. 메모리 불황이 2분기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회사 측은 “그동안 메모리 시황에 전략적인 대응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특히 난이도가 높은 선단공정 및 DDR5·LPDDR5 전환 등에 따른 생산 비트그로스(BG) 제약을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면서 “이를 통해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판단 아래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엔지니어링 런(Engineering Run·시험생산) 비중 확대 외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과 마이크론의 감산 기조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경쟁사들이 감산할 때 삼성전자는 DDR5 등 차세대 D램 생산을 지속해 생산량 목표를 달성했고, 전략적인 판단 하에 수급 조절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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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구체적인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영업익이 6000억원에 불과해 주력사업인 반도체 사업이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관측이다.
메모리 가격 폭락으로 실적부진이 지속하는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지난해 선방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품사업 역시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설명자료를 통해 “정보통신(IT)기기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되며 전사 실적이 전분기 대비 큰 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인 반도체 사업에 대해선 “메모리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라 수요 감소 및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큰 폭 감소했다”며 “시스템반도체 및 SDC(삼성디스플레이)도 경기 부진 및 비수기 영향 등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엔데믹 이후 지속하는 TV 등 가전과 IT기기 수요 부진도 실적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바일의 경우 갤럭시 S23 시리즈 출하량이 1000만대를 넘어서고 평균 판매 가격도 예상보다 상승하면서 실적을 끌어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