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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TSMC 판 벌리니 초과이익 언급…美투자 줄일 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및 개발을 진행·계획 중인 만큼 향후 지원금 신청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당근보다는 채찍에 가까운 반도체 지원금 정책을 검토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SK하이닉스는 첨단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계획을 밝힌 상태지만 부지 등 세부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미 상무부는 보조금 규모를 390억달러(약 51조원)라고 밝히며 기업들이 지원금 신청서를 제출할 때 △미국 경제·국가안보 기여 △상업적 타당성 △재무상태 △투자이행 역량 등 6개의 우선순위 영역을 다뤄야 한다며 사실상 심사 기준을 소개했다. 기업이 집중한 건 1억5000만달러(약 1988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의 현금 흐름이나 수익이 사전에 전망한 금액보다 많을 경우 미국과 초과이익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상무부는 공유되는 수익은 신청 기업이 받는 보조금의 75%는 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억5000만달러만 지원받을 순 없기에 사실상 모든 기업에 초과이익을 공유하라는 이야기”라며 “이미 삼성전자와 TSMC 등 제조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등 판을 다 벌인 상황에서 득실을 따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세액공제를 해주니 추가 이익을 공유하자는 건 미국이 표방하는 자유시장경제 기조와 거리가 멀다”며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꺾는 것으로 우리 기업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의 반발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늘리자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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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 지원금을 받으려는 기업은 이날부터 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후 단계인 신청서의 경우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자 하는 기업은 3월 31일부터, 나머지 반도체 공장과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은 6월 26일부터 받는다. 미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 기준이 독소조항으로 해석됨에도 불구,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반도체제조기업들은 31일 이후 신청서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탈중국 및 해외 진출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보다는 적당히 미국에 맞추는 식의 대응이 예측된다”며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이 나와봐야 대응책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설정한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규정을 향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이 중국 등 우려국과 공동 연구 또는 기술 라이선스를 할 경우 지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하며 10년 동안 우려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내 최소 2개의 대규모 최첨단 시스템반도체 반도체 클러스터를 신설하는 게 목표다. 주요 반도체기업이 몰려 있어 포스트 실리콘밸리로 언급되는 텍사스도 후보지역으로 꼽히고 있어 해당 지역에 공장을 가진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박재근 교수는 최근 우리 정부가 진행 중인 국가첨단전략산업 반도체 특화단지 등을 통해 국내 반도체생산기지 조성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등 자국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공급망 정책이 나오고 있다”며 “반도체산업을 지역특화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등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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