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에도 韓수출 영향 미미…반도체 여파 가장 낮아”

무협, ‘엔화 환율 변동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엔화 10% 절하시 국내 수출액 0.1% 줄어
한·일 수출경합도 약화 및 원-엔 동조화 등 원인
농산물 가장 큰 영향…반도체 영향 가장 적어
  • 등록 2023-08-21 오전 11:00:00

    수정 2023-08-21 오전 11:19:44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역대급 엔저 현상에도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원-엔 동조화 수준이 높은데다, 주요 수입시장에서 양국의 경합도 수준도 완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1일 ‘엔화 환율 변동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엔·달러 환율의 10% 상승에 따른 우리나라의 수출 금액은 0.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내 수출단가는 0.12% 하락, 수출 물량은 0.02%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환율 변화가 먼저 수출단가에 영향을 미치고(환율전가율) 이후 수출단가의 변화가 수출물량을 변화시키는(가격탄력성)것으로 모형을 설정한 분석 결과다. 엔·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일본의 달러 표시 가격을 인하시켜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산 제품의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수출 물량을 증대시킨다.

2012년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지속된 엔저 현상은 최근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상(긴축 기조)과 차별화 되는 일본 중앙은행(BOJ)의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한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 일본 무역 적자 지속 및 최근 경상 수지 흑자 축소 등이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품목별로 달러 대비 엔화의 실질 가치가 10% 절하(엔·달러 실질환율 10% 상승)에 따른 수출 물량 감소 영향은 농수산물(-3.5%)의 경우 가장 크게, 반면 반도체(-0.6%)의 경우 가장 작게 나타났다.

아울러 원-엔 동조화 심화로 인한 원화 동반 약세 및 한·일 수출경합도 약화로 인해 수출 타격이 크지 않을것으로 전망됐다. 2021년 이후 2023년 6월까지의 원-엔 상관계수가 0.973로 이전 대비 확대되며 매우 높은 수준이다.

세계 수출 시장에서의 한·일 수출경합도의 경우 2012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2022년 한일 수출경합도는 0.458로 2012년 대비 0.022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수입 시장에서의 양국 간 경합을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중국과 미국 수입 시장에서의 한·일 양국 간 수출경합도는 완화되는 추세를 보였으며 미국보다 중국 시장 내에서 양국 간 경합이 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비교 우위 품목의 경우 비교 열위 품목보다 환율의 가격 탄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엔화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타격이 비교 우위 품목의 경우 더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의 경우 한·일 수출 경합도가 전 산업 평균치를 상회(2022년 0.458)하고 최근 5년간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 우위가 상대적으로 높아 2017~2022년 동안 우리나라 반도체의 대세계 수출이 평균적으로 12.5%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 강내영 수석연구원은 “엔화 약세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 수출 주력 업종의 수출이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성 제고를 통한 비교우위 개선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R&D 등 수출 지원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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