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안 뺏기려 ‘반란’ 일으켜”

"러시아 후방 병력 부족 드러나"
"크렘린궁, 매우 불안정한 상태"
  • 등록 2023-06-25 오후 10:10:28

    수정 2023-06-25 오후 10:10:28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을 이끌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반란을 일으킨 것은 바그너 그룹에 대한 통제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면서 주민과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24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을 독립적인 군으로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 러시아 국방부로 진군하는 것이라고 보고 도박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바그너 그룹 등 모든 비정규군을 향해 “다음 달 1일까지 국방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하라”고 명령했다. 쇼이구 장관의 명령은 그간 군 수뇌부를 비판해온 프리고진에게서 바그너 그룹의 지휘권을 박탈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ISW는 “프리고진이 이 명령을 정치적·개인적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을 것”이라며 “프리고진이 바그너 그룹을 완전히 빼앗기기 전 위험을 감수하고 휘하 병력을 움직이는 ‘도박’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프리고진이 반란을 미리 계획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이 가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정규군은 물론 평소 우군으로 여겼던 러시아내 민족주의 인사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자, 프리고진은 결국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일으킨 지 약 하루 만에 진격을 멈췄다. 대신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을 취소하고 그가 벨라루스로 떠나도록 했다.

무장 반란 사태는 종료됐지만, 러시아 정부의 타격은 클 것이라고 ISW는 전망했다. 이 기관은 “이번 반란으로 러시아 정부가 즉각적으로 붕괴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부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이 반란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 후방에 예비군이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으며,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의 사기는 저하될 것으로 봤다. 이는 러시아 방어선을 돌파하려는 우크라이나군에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ISW 평가다.

ISW는 “이제 크렘린궁은 매우 불안정한 평형 상태에 놓여 있다”며 “루카셴코가 협상한 거래는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닌 단기적 미봉책으로, 크렘린궁과 국방부는 심각한 약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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