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010130)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자사주(자기주식) 매입 한도가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2일 밝혔다. 당초 시장에 알려진 매입 한도는 5조 8497억원이지만, 실제 한도는 100분의 1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 초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익잉여금 2693억원을 향후 중간배당 재원으로 남겼다. 이 가운데 2055억원은 올해 8월에 중간배당으로 지출됐다.
나머지는 해외투자적립금 및 자원사업투자적립금 등 사용 목적을 제한한 ‘임의적립금’으로 적립했다. 고려아연은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계산 시 공제항목에 더해서 정관 규정을 통해 이익잉여금 처분 시 임의적립금을 적립하도록 별도의 항목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고려아연은 영업이익의 일부를 지난 수십년간 관행적으로 임의적립금으로 적립해왔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고려아연의 임의적립금은 해외투자적립금 3조 4140억원, 자원사업투자적립금 3조 2200억원에 달한다.
만약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할 경우 임의적립금의 목적을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권한은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 있다. 주총 결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 임의적립금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권한 범위를 넘는 위법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