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대처 실패'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거취는?

전쟁 중 국방장관 교체 쉽지 않을 듯
"해임시 프리고진 손들어주는 셈" 지적도
영국 더타임스 “이미 해임됐다 소문” 보도
  • 등록 2023-06-25 오후 11:02:44

    수정 2023-06-25 오후 11:02:44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발발 하루 만에 종료 수순으로 접어든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사태를 어떻게 정리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러시아의 수도 인근까지 바그너 그룹의 진격을 허용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어떤 처분을 내릴지 주목된다.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25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반란을 이끈 프리고진이 수시로 비난의 목소리를 냈던 대상이다. 이번 반란이 사실상 바그너 그룹을 정규군의 통제권 안에 묶어두려는 쇼이구 장관에 강하게 반발하며 그를 축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많다.

러시아 정규군이 국가 안보 위기 사태에 해당하는 이번 반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처가 허술했다는 논란도 거셌다. 바그너 그룹이 1000㎞ 가까운 거리를 돌파하는 동안 비교적 순조롭게 북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반란군 제압 계획이 제대로 세워졌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다.

다만 이 같은 대처 소홀을 이유로 푸틴 대통령이 쇼이구 장관을 곧장 문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총지휘권자를 물러나게 한다면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쇼이구 장관의 거취에 변경이 생기면 ‘파워게임’에서 패색이 짙었던 인물이자 반란 주도자인 프리고진의 손을 들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푸틴 대통령으로선 난감하다. 이번 반란에 대한 엄중한 대처를 공언했던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ㅇ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한 데 이어, 쇼이구 장관까지 문책한다면 반란 세력의 요구가 관철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쇼이구 장관은 직업 군인 출신이 아닌 이력을 갖고 있다. 옛소련 시절 연방 공산당 아바칸시 위원회 제2서기와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위원회 감찰관 등을 지냈고, 1991년 러시아 연방공화국 국가비상사태 의장에 오른 정치인이다.

옛소련 해체 후 러시아 연방의 국가 위기관리 분야에서 능력을 보였고, 1999년 러시아 보수주의 정당인 통합러시아당을 푸틴 대통령과 함께 창당했다. 이후 모스크바 주지사를 거쳐 2012년 11월부터 러시아 국방장관을 10년 넘게 맡아왔다.

러시아 연방 가운데 지리적으로 몽골과 가까운 투바 공화국 출신으로서 권력의 핵심에 진입했다는 점도 쇼이구 장관의 특이점으로 꼽힌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재임 초기인 1994년부터 장관직에 오른 그는 푸틴 대통령보다도 정치이력이 더 길다. 그가 푸틴 대통령이 거느린 대표적 충성파 인사라는 데 이견이 없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쇼이구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프리고진과 러시아 정부 사이의 접촉 과정에서 쇼이구 장관에 관한 주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를 향한 파죽지세의 진군을 갑자기 멈춘 것을 두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진 협상에서 그의 핵심 요구 사항이었던 쇼이구 장관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거론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쇼이구 장관이 이미 해임됐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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