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어릴 때 전쟁이나 참사를 겪어 트라우마가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오히려 기부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류충렬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21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서 열린 2024 한국회계학회 하계국제학술대회·통합학술대회에서 ‘CEO 개인 트라우마가 기업의 기부 활동에 미치는 영향’ 주제의 발표를 통해 “CEO 개인이 가진 트라우마가 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며 “트라우마를 가진 CEO가 기부 행위 등에서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류충렬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가 21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서 열린 2024 한국회계학회 하계국제학술대회·통합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최훈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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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교수는 CEO가 한국전쟁 당시 몇살이었는지, 출생 당시 지역별 사망자가 얼마였는지 등을 토대로 전쟁 트라우마 수치를 계산했다. 이어 전쟁 트라우마를 가진 CEO의 기업이 기부, 연구개발(R&D) 등에서 다른 기업과 차이가 있는지를 봤다. 행정안전부, ESG기준원 등의 자료뿐 아니라 칼혼(Calhoun) 교수를 비롯한 해외 연구 논문도 전방위로 살펴봤다.
관련해 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처음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지만 5년 이상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사람이 성숙하게 된다는 점을 유의미하게 확인했다”며 “특히 6~11살 전쟁 상흔을 겪은 CEO가 나중에 나이 들어서 기부, R&D도 많이 하고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는 “트라우마를 겪은 CEO가 보수적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진취적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라며 “성공한 CEO들이 어릴 때 가난하더라도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큰 그릇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연구가 시사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선행 연구도 보면 어릴 때 지진, 허리케인을 겪은 CEO를 가진 기업의 경우 사회공헌활동(CSR)이 늘어났다”며 “우리는 흔히 트라우마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칼혼 교수의 책을 봐도 트라우마가 재앙이 아닌 선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류충렬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사진=카이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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